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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의 카페 타운홀 미팅…이런 소통 늘려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초심 되새겨 민생 챙기고 국민 의견 경청” 다짐도

불편한 질문들조차 외려 비판 여론 설득의 기회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서울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소상공인·주부 등과 자리를 함께한 윤 대통령은 “저의 정치선언문 첫 페이지에 마포 자영업자 얘기가 나온다”며 2021년 6월 정치 입문 당시를 소환했다. 학창시절 다니던 마포 돼지갈비집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종업원 퇴직금이라도 주려고 집을 팔아 월세로 들어갔다는 사연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까지 한 맥줏집 사장 사례도 떠올리며 “자영업자의 절규를 듣고 민생을 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진 게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심을 되새겨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중동 순방 전에도 “진짜 민심을 듣겠다”며 “비서실장부터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순방 직후엔 36곳의 실태를 국무회의(10월 30일)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 등 절절한 사연이었다. 그러곤 어제 민생회의에서 ‘은행의 독과점 갑질과 카카오택시의 횡포’를 다시 비판하며 민생의 현장 체감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제 국회 시정연설에선 윤 대통령이 야당을 예우하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연설문에선 ‘문재인 정부 탓’을 싹 들어냈다고 한다. 여권의 불통·독선에 민심의 심판이 내려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조금씩 달라져 가는 모습들이다. 이런 행보가 일회성 보여주기나 위기 타개책에 그쳐선 오히려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변화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국민과의 소통 접점부터 확 늘려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든, 정례적인 현안 브리핑과 기자회견이든 소통을 활성화해 국정 운영의 방향과 정책을 맥락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선 어떤 게 국가에 도움이 될지 전문가나 국민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집행에 힘이 실릴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때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중단됐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도 나름의 평가는 받았지만 그 자체로 시간과 장소의 한계가 있었다. 윤 대통령이 초심을 강조한 마당에 1년 넘게 중단된 정례 기자회견부터 재개하는 게 옳다. 불편하고 귀찮은 질문이라도 피하려 해선 안 된다. 오히려 비판 여론을 돌려세우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는가. 야당과도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하나둘 변화의 모습이 쌓이면 국민이 상응하는 화답을 주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