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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래를 이끌 우주항공청, 무엇 때문에 자꾸 늦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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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설치 법안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설치 법안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여야 간 큰 이견 해소됐지만, 법안 진전 없어

지역 정치인들 이해로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이끌 우주항공청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우주항공청을 올 연말까지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를 위해  추진단을 구성하고, 올 3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案)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 속에 상임위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3개월 내에 합의에 이르겠다며 지난달 23일까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 안건조정위윈회를 운영해 왔지만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우주항공청에 대한 정부·여당과 야당의 시각차 때문이었다. 애초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청 단위의 기구로, 야당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주항공청 내에 연구개발(R&D) 기능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여 왔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야당 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합의에 이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국회는 다음 절차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달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올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4월 총선을 앞둔 내년엔 법안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조짐이다.

어제는 민간까지 나서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KAIA)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KASP)는 “미래 세대의 꿈이자 희망인 항공우주산업이 더 이상 여야 및 지역의 정쟁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우주항공청위 지위, R&D 직접 수행 여부, 직속기관화 문제 등 많은 쟁점이 해소된 만큼 세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우주항공청이 하루빨리 설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라 밖에선 이미 민간 기업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우주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국에선 스페이스X와 아마존이 이끄는 우주 로켓이 달과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민간 스타트업이 최근 달 착륙선을 쏘아올리고, 우주 쓰레기를 치울 위성까지 만들고 있다. 군집위성을 이용한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효용성을 증명했고, 조만간 한국 시장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우주는 강대국만의 놀이터가 아니다. 인구 62만 명에 불과한 서유럽 소국인 룩셈부르크에선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법한 우주 광물 확보를 위한 민간 기업까지 활동하고 있다. 20세기 우주가 인류의 호기심이었다면, 21세기 우주공간은 미래 신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다.

여야 간 쟁점은 이제 ‘우주항공청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지역적 이해 외엔 없어 보인다. 경남 사천과 대전이 치열한 유치 경합 지역들이다. 우주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 아닌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대승적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