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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부머쇼퍼, 이젠 음원·OTT시장도 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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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52)씨는 3년 전부터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콘서트가 열리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김씨는 지난 6월엔 김호중의 ‘크루즈 콘서트(선상의 아리아)’에 다녀왔다. 포항에서 출발해 일본, 대만에 하선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6박 7일간의 일정에 김씨가 지불한 돈은 242만원. 그마저도 티켓 오픈과 동시에 3000여석이 매진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어렵게 예매했다고 한다. 김씨는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내돈내산’하는 취미활동”이라며 “삶의 활력이 돼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최근 5060 베이비부머(1955~1974년 출생) 세대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부머쇼퍼(베이비부머+쇼퍼)’로 불리는데 정보기술(IT) 기기와도 친숙해 그간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음원 시장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 등 디지털 영역에 파고드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2~2022 모바일 음악콘텐트 이용 시간의 변화’를 보면 50대의 음원 서비스 이용 시간은 19억8000만 분으로, 아이돌 그룹 주 수요층인 10대(10억5000만 분)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2018년만 해도 10대가 10억3000만 분으로 50대(7억2000만 분)를 앞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5060이 거대한 팬덤으로 자리 잡으면서 ‘중통령(중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가수 임영웅은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멜론·지니 등 각종 음원 서비스 앱에서 다른 아이돌 가수를 밀어내고 ‘차트 줄 세우기(인기차트에 오르는 것)’를 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도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OTT 시장에서도 5060 점유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67)씨는 올해 3월부터 넷플릭스 계정을 만들어 매달 약 1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그는 “매주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를 정주행하는 게 루틴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50대의 OTT 이용률은 2021년 44.4%에서 지난해 54.4%로 10%포인트 증가했다. 아직 20대(95.9%)나 30대(90.9%)보다는 이용률이 낮지만, 증가세는 전 연령 중 가장 가파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체 온라인 시장에서의 소비금액도 커지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2019~2021년 개인 회원의 디지털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의 온라인 업종 결제액이 142% 증가해 전 연령 평균보다 2배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소 측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시장을 이용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선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중장년층의 인구 규모가 청년세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연령별 인구 분포를 보면 전체 연령 중 5060의 비율은 2010년 약 22%로 2030(31%)보다 뒤처졌지만 2019년 역전했다. 현재는 5060 비율이 31%로 2030(26%)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씀씀이도 크다. 아직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이라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적인 청년 세대와 다르게 중장년층은 자산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다. 온라인 장보기 몰 마켓컬리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5060 장보기 평균 사용 금액은 전체 연령 평균 금액보다 13% 더 많다. 30대보다는 8%, 20대보다는 43% 많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중장년층은 경제적 능력이 많지 않았는데 베이비부머는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등장한 ‘능력 있는’ 실버라고 보면 된다”며 “학력도 높고, 경제성장기에 취직해 자본도 있기 때문에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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