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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전략폭격기 이어 ICBM까지…한·미, 3대 핵전력 모두 둘러봤다

중앙일보

입력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 핵전력 운용 과정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수준을 높이기로 한 가운데 이번에는 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함께 했다.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전략폭격기 등 미 ‘3대 핵전력’을 놓고 최근 양국이 벌이는 현장 행보 중 하나로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10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美) NCG 국방부 대표인 비핀 나랑 (Vipin Narang) 우주정책수석부차관보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국방부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10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美) NCG 국방부 대표인 비핀 나랑 (Vipin Narang) 우주정책수석부차관보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국방부

1일 국방부에 따르면 허태근 국방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NCG 한국 대표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를 방문해 NCG 미측 대표 비핀 나랑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와 미 ICBM ‘미니트맨Ⅲ’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의 미 ICBM 발사 참관은 2016년 이후 7년 만으로, 역대 두번째다.

이번 참관은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의 약속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미 측이 제안해 이뤄졌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당시 한·미 정상은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한다”고 합의했다. 국내 일각에서 자체 핵 무장론이 대두하는 등 미 확장억제 약속에 의구심이 일자 이를 불식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됐다.

실제 올해 한·미는 미국의 핵자산 운용 과정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장소로 SSBN 기지인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 해군기지가 선택됐고, 7월엔 캔터키함이 SSBN으로선 42년 만에 한국에 입항했다. SSBN의 입항에 맞춰 양국은 NCG 첫 회의를 열고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 기획 ▶실행 ▶도상훈련과 시뮬레이션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핵투발이 가능한 B-52H 전략폭격기가 사상 처음 한국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 전격 착륙한 미군의 대표적 핵무장 가능 전략폭격기 B-52H가 22일 오전 충북 청주공군기지에서 굉음을 내뿜으며 힘차게 대지를 박차 오르고 있다. B-52H전략폭격기는 이날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합동 공중 훈련을 전개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 전격 착륙한 미군의 대표적 핵무장 가능 전략폭격기 B-52H가 22일 오전 충북 청주공군기지에서 굉음을 내뿜으며 힘차게 대지를 박차 오르고 있다. B-52H전략폭격기는 이날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합동 공중 훈련을 전개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번에 한·미가 함께 둘러본 미니트맨Ⅲ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ICBM으로 전략폭격기, SSBN과 함께 미국의 ‘핵3축’으로 불린다. 사정거리가 1만3000㎞에 달하고 미 본토에서 평양을 30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미 공군은 보통 1년에 네 차례 정도 미니트맨Ⅲ 발사 훈련을 하는데 1970년대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된 미니트맨을 지속해서 개량하는 ‘지상배치전략억제전력(GBSD)’의 일환이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는 한반도를 향한 미 확장억제의 의지를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군 당국자는 “미국의 핵 3축 운용 현장 모두를 한·미가 함께하게 됐다”며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빈번하게 해 ‘정례적 가시성(the Regular Visibility)’을 높인다는 기존 입장에서 협력 수준을 더 높여가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대표단은 또 반덴버그 공군기지 내 미사일방어 부대를 방문해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발사 시설도 둘러봤다. GBI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중 가장 높은 고도에서 운용돼 ICBM을 중간단계(대기권 외부)에서 요격할 수 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이 10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美) NCG 국방부 대표인 비핀 나랑 (Vipin Narang) 우주정책수석부차관보(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이 10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美) NCG 국방부 대표인 비핀 나랑 (Vipin Narang) 우주정책수석부차관보(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허 실장은 “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할 미 측의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그간 한·미가 함께 관여한 SSBN, 전략폭격기, ICBM 등 미 전략자산 운용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에게 미국의 확장억제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증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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