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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아이는 흙을 밟았다"…아영이 심장이식 주치의의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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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아영 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기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이 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돌을 맞은 생전 아영이 모습. 사진 아영이 아버지

돌을 맞은 생전 아영이 모습. 사진 아영이 아버지

아영이는 2019년 10월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간호사가 생후 5일째 바닥에 떨어뜨려 입은 두개골 골절상이 원인이었다. 이후 3년간 의식불명이었던 아영이는 지난 6월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해 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아영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한 아기의 주치의 A씨는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영이의 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아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아영이 덕분”이라며 “아영이 심장은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는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다”며 “450일이 지나 병원 밖을 처음 경험한 아이는 모든 걸 새롭고 신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아이의 기적과 같은 일상은 힘든 결정을 해주신 아영이 부모님 덕분”이라며 “그 아이의 부모님이 최선을 다하시겠지만, (저도)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선한 아이가 되길 곁에서 돕겠다”며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며 “아영이 부모님도 아파하지만 마시고 아영이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으시길 기도한다”고 편지를 마쳤다.

한편 아영이를 떨어뜨려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30대 간호사 B씨는 14명의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 “근무시간 이전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등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 5월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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