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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식당에 가짜 회계 용역…회계부정 저지른 회계사들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A회계사는 통상 회계사가 직접할 수 있는 ‘전환사채의 공정가치 평가 업무’를 별도 거래처를 지정해 하청을 줬다. A회계사는 업무를 맡긴 대가로 상당 금액의 용역비를 거래처에 지급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결과, 해당 거래처는 회계업무와 관련이 없는 음식점이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회사였다. 당연히 해당 거래처에는 관련 업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이 없었다. 심지어 음식점의 주인은 A회계사의 배우자였고, 앱 개발회사는 A회계사 동생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용역·허위 취업 회계사 첫 적발

회계사 부당 행위 적발 사례. 금융감독원

회계사 부당 행위 적발 사례. 금융감독원

자신이 소속된 회계법인에 가짜로 용역을 주거나 허위로 취업시키는 방식으로 배우자 등 가족에게 부당 대가를 지급한 회계사들이 적발됐다. 1일 금감원은 ‘회계법인의 인사·자금관리·보상체계 등에 대한 감사인 감리 결과’를 발표하고, 배우자에 대한 가공급여 지급 등 소속 회계사의 부당한 행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의 부당행위를 적발한 것 이번이 처음이다. 신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주권상장법인에 대한 외부감사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에 등록한(현재 41개) 회계법인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주권상장법인이란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권을 발행한 법인과 주권과 관련한 증권예탁증권이 증권시장에 상장된 경우에는 그 주권을 발행한 법인을 의미한다.

이때 회계법인이 금융위에 등록하려면, 회계법인 내 인사 및 수입·지출, 회계처리 같은 경영 전반의 통합관리체계를 갖춰야 하고, 감사업무 품질을 평가하는 성과평가 체계가 적절하게 있어야 한다.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처음으로 이런 등록 요건을 회계법인들이 잘 유지하고 있는지, 실태 조사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회계사들의 황당한 부정행위 사례를 적발했다.

배우자 가짜 취업시키고, 부모엔 허위 청소비

회계사 부당 행위 적발 사례. 금융감독원

회계사 부당 행위 적발 사례. 금융감독원

금감원 감사 결과 부당 용역비 제공뿐 아니라 가족을 허위로 회계법인에 취업시켜 가짜 월급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B회계사는 자신의 배우자를 자신이 소속된 회계법인에 직원으로 채용한 뒤 급여는 물론 상여금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B회계사 배우자는 관련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실한 근태 관리를 틈타 출근도 하지 않았다. 채용 결정도 법인이 아니라 B회계사가 직접 했다. 심지어 해당 회계법인에는 급여 기준이 따로 없어, 지급된 급여는 일반적인 회계법인 직원들이 받는 급여보다 훨씬 더 많았다.

회계사 부당 행위 적발 사례. 금융감독원

회계사 부당 행위 적발 사례. 금융감독원

C회계사는 자녀와 고령의 부모에게 각각 회계 실사 보조와 청소 일을 시켰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대가를 지급했다. 하지만 금감원 확인 결과 관련 근로계약서는 물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증 자료도 없었다. 회계보조 업무를 맡겼다는 자녀는 회계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해 관련 일을 수행할 수 없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부당 수익 수십억 달할 듯, “엄중 조치 예정”

이번에 적발한 회계사들이 부당 행위로 빼돌린 돈은 수십억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회계사들이 소속된 회계법인은 이 같은 부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회계법인들이 충분히 부당 행위를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고, 내부통제 부실 등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또 금감원은 적발 사안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고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계 부정행위를 적발하여야 하는 공인회계사가 오히려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심각한 훼손 사례로 판단된다”면서 “공인회계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 엄정 조치를 추진하고, 향후 유사한 회계법인의 부당운영행위를 지속해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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