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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부산 윤 정부 평가…고령층 “국방 등 뚝심 있어” 청·중년층 “정신 안 차리면 큰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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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금 윤석열 정부는? 세대별로 갈린 부산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지난달 28일 오후 8시쯤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버스를 타고 내리는 이들뿐 아니라 토요일 저녁을 맞아 인근 쇼핑 시설이나 사상역 주변 괘법동 유흥가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지역이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전국 표차가 0.73%포인트에 불과했지만, 부산에선 윤 대통령이 58.25%를 얻어 20%포인트가량 앞섰다.

지난달 29일 낮 공구상가 밀집지였다가 특색 있는 카페나 식당이 있는 곳으로 변한 전리단길을 젊은이들이 걷고 있다. 김성탁 기자

지난달 29일 낮 공구상가 밀집지였다가 특색 있는 카페나 식당이 있는 곳으로 변한 전리단길을 젊은이들이 걷고 있다. 김성탁 기자

 취임 1년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 치러진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참패했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질타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터미널 앞에서 만난 이모(73·사상구)씨의 생각은 달랐다.

고령층 "총선은 뚜껑 열어봐야"

 “그거는 질 수밖에 없는 게요, 국회의원이 다 민주당이고 야당 지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이기겠능교. 요새 흔히 하는 말로 야당에서 쪽수 많다고 발목 잡아서 윤석열이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이 정부는 돈도 없어서….”

 이씨는 민주당에 반감을 드러냈다. 부산지역 현역 의원 18명 중 민주당 소속은 3명이다. “그래도 우리는 (국민의힘 쪽이) 못하믄 다음엔 안 해준다카고 모이면 욕하거든요. 부산에선 영도나 남구, 사상구, 해운대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나왔었잖아요. 우리도 사실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고 전라도에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이 무조건 찍어주니까네….” 그는 “총선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며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시절부터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택시기사 강모(62·해운대구)씨도 “강서구청장 선거는 서울 쪽에서나 판세를 걱정하지, 부산에선 관심이 덜하다”며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부산에선 시장에 가서 TV 틀어놓고 하는 얘기 들어보면 이재명 욕을 억수로 하더라고요. 당당하게 안 하고 대선 이후 보궐선거 나오고 당 대표를 하며 수사를 피해 가려 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윤 대통령이 이념을 강조하고 ‘공산전체주의’ 발언 등을 내놓았던 데 대해서도 강씨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는 그기 단호하다고 생각하는데…. 문재인 대통령 할 때는 국방이나 이런 데에서 그냥 넘어갔잖아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할 때도 말도 없었고. 우리는 안보에서 보수니까 윤 대통령이 강하게 나가는 게 뚝심 있어 보여 마음에 들어요.”

“대통령 눈치만 보는 여당 의원들”

 하지만 일요일인 29일 점심 무렵 번화가로 꼽히는 서면 거리에서 만난 이들 사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롯데백화점 뒤편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김모(50·남구·건설업)씨는 “윤 대통령이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 나타났다”고 했다. “검사의 시각 그대로네 싶던데요. 독단적이고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 말 안 듣고 자기 생각대로만 하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시키고….” 김씨는 “장관 인사도 보면 새로운 사람은 발굴 안 하고 전에 했던 사람들만 내세우던데,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 아니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불만 대상이었다. “보궐선거에서 졌으면 김기현이가 책임을 져야 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도 바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때나 대통령 눈치를 봤지 노무현이나 그 이후 대통령 시절에는 그런 것은 없었잖아요. 지금은 대통령 눈치만 보고 기분만 맞추는 것 같애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면 인근 전리단길에는 주말 점심 무렵이었지만 찾는 발길이 많지 않았다.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전모(32)씨는 “토요일 밤에는 그래도 찾는 이가 많지만 일요일만 해도 손님이 별로 없다”며 “경기가 안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는데, 차라리 코로나 때가 더 나았었다”고 읊조렸다.

 그는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실망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때 워낙 안 좋았으니까 당을 바꿔보자고 한 건데, 더 나아진 게 없어요. 윤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모르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고, 나라 사정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대선 때 뽑을 사람이 없어서 한쪽을 택한 건데, 그때 윤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친구들 지금은 호감이 거의 없어졌어요.”

대선 20%포인트 앞섰던 부산서 국정운영 '잘 못 한다' 늘어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도 고령층은 "야당의 발목잡기" 판단  
50대 "남 말 안 듣고 자기 생각만", 30대 "언론 압수수색 문제"
"김기현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민주당도 잘한 것 없어" 맞서

"한쪽으로 쏠리는 게 문제" 

 서면 거리에 있는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에서 만난 김모(31·서구)씨 역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실망한 경우였다. 그는 윤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자 “빨리 정신 안 차리면 1년 내 박살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런 평가를 한 배경에 대해 “꼭 집어서 말하기보다 전부 그런 인상을 준다”며 “최근에 보면 KBS 사장을 바꾼 것도 그렇고, 이명박 정부 때 사람을 다시 앉힌 것도 그렇고, 가짜 뉴스라며 압수 수색을 하는 것까지 포함해 말하자면 끝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선 때는 검사하던 사람을 불러 후보를 내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하고, 아버지도 보수 성향이 강해 그쪽을 찍어야 하나 싶었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잘 못 하고 뭐만 하면 인사도 검사 출신을 앉히니까 다음 투표 때는 좀 알아보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에 실망감을 드러낸 이들이 꽤 됐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돈가스집을 하는 전씨는 “민주당에 호감이 생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예 정치 자체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공무원시험 준비생 김씨도 “민주당도 잘하는 게 없어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정당이 없는데, 우리나라 자체가 당에 상관없이 한쪽으로 쏠리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자갈치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김성탁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자갈치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김성탁 기자

타지 출신 많은 부산의 특성

 이날 오후 찾아간 자갈치시장에는 외국 관광객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은 대구·경북과 다르게 역대 선거에서 한쪽에 몰표를 주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건어물 장사를 하는 이모(62·해운대구)씨가 이런 특성을 설명했다.

 “부산은 8대 2, 9대 1 그런 건 없어요. 4대 6 정도로 민심이 항상 그래요. 문재인 정부 때는 구청장이 거의 민주당이었고, 지금은 또 국민의힘이잖아요. 선거 승부가 간당간당하게 갈리는데, 아직까지는 국민의힘이 쪼께 뭐 우세한 것 같긴 한데 선거 때면 또 몰라요.” 이씨는 한국전쟁 이후 이주해온 이들이 많은 부산의 특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호남과 제주 출신이 20% 정도를 차지하고, 경북이나 대구에서도 많이 유입됐으며 남해 등 경남 지역이 고향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는 70살 넘으면 거의 민주당을 싫어하는 편이라고 보면 돼요. 이 정부가 잘못된 게 전부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하고, 그쪽은 빨갱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70대 이상과 나이든 여성들은 골수 국민의힘인 반면 젊은 애들은 아무래도 민주당을 좀 지지하고 40~50대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투표하는 거 아니겠어요?”

"검찰 두드러지면 국민들 반감" 

 지난 대선 때 두 유력 후보가 모두 마음에 안 들어 투표하지 않았다는 이씨는 윤 대통령이 노조의 불법 파업 등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꼽았다. 반면 고집이 센 점과 처가 관련 의혹 등은 약점이라고 평했다.

 “경제 쪽으로만 자꾸 신경을 써야지 정치나 검찰 쪽이 너무 두드러지면 국민에게 반감이 오지 않겠어요? 툭 하면 검찰이 잡아들이고 인사도 검찰 출신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이재명이 편드는 것도 아닌데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런데 검찰이 판단하는 일은 아니잖아. 그라고 해외 순방 가서 몇십조 유치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습니까. 그래가 된 게 어데 있어요. 김기현 대표도 뭐 대통령 비서실장 정도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지 자기가 뭐 하고 싶은 게 없잖아요? 인요한 혁신위는 무슨 영양가가 있겠어요. 실제로 개혁할려고 하면 그런 사람 써서 되겠어요? 정치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 말을 듣겠느냐 말이죠. 민주당도 잘하는 거 하나도 없죠. 내가 보기에 총선 때 팽팽할 거 같애. 둘 다 언뜻 손이 안 가니까…. 분위기가 이래 가면 민주당이 압도적이진 않아도 이기긴 할 것도 같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