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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살아나는 삼성전자, 통큰 투자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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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적자를 줄이는 한편 시설 투자 확대를 통해 ‘반도체 겨울’ 이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스마트폰과 가전·디스플레이 사업부는 5조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떠받쳤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을 거뒀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76조7817억원)보다 12.2% 감소했고, 영업이익(10조8520억원) 역시 77.6% 줄었다. 다만 전 분기 대비해 각각 12.3%, 264% 증가했다.

반도체사업에서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1분기(4조5800억원), 2분기(4조3600억원)보다 줄었다. 메모리 감산과 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적자 폭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감산 기조를 이어가면서 고부가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 역량을 올해 대비 2.5배로 확보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공급 물량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세트(완제품)를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3분기 매출 44조200억원, 영업이익 3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모바일·네트워크 사업에서 신형 폴더블폰인 갤럭시Z 플립5·폴드5 등 인기에 힘입어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거뒀다. 스마트폰 시장 불황 속에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8% 늘었다.

삼성은 내년 경기 회복세에 맞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하량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1월 공개가 유력한 신형 플래그십(최상위기종) 신제품 갤럭시S24 시리즈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 첫 번째 ‘온디바이스 AI 갤럭시’로 내놓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장 자회사 하만은 나란히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디플은 이날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만도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고객 수주가 늘고, 스피커 등 소비자용 오디오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대규모 시설투자도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반도체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 등 총 53조7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지난해 53조1153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부문의 경우 3분기에만 10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대부분은 HBM과 DDR5, 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평택캠퍼스 P3라인을 마감하고, P4라인 골조 투자 및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늘린다. 무엇보다 업계 최대 규모의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집중된다. 파운드리 역시 첨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평택과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 규모를 키운다고 밝혔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은 이날 경영현황설명회 행사를 통해 임직원에게 “다른 회사가 40~60% (투자를) 감축한 것과 달리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며 선제 투자를 강조했다. HBM 사업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우리가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효과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며 “다소 부진했던 HBM은 4분기부터 가시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디스플레이 역시 신제품 효과가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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