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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판 분신사바, 악마가 된 엄마…92년생 감독들의 공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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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92년생 감독들의 데뷔작 두 편이 1일 나란히 개봉한다. 상영관 경쟁이 덜한 비수기여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저예산 영화,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에도 기회가 주어진다. 호주 유튜버 형제의 ‘톡 투 미’와 대치동 강사 출신의 ‘독친’, 두 편 모두 공포영화다. 신선한 이야기 전개와 투철한 문제의식, 투박해도 데뷔작만의 매력이 있다.

10대들의 빙의 챌린지를 소재로 한 공포물 ‘톡 투 미’. [사진 롯데시네마]

10대들의 빙의 챌린지를 소재로 한 공포물 ‘톡 투 미’. [사진 롯데시네마]

◆호주판 ‘분신사바’=촛불을 켜고 저승의 문을 연다. 자원자는 몸을 묶고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인다. “내게 말해(Talk to me).” 이렇게 하면 귀신이 보인단다. “널 들여보낸다”라고 말하면 빙의 성공.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10대들은 여기 서슴없이 아이폰을 들이대고, 이들의 SNS에선 온통 ‘빙의 챌린지’가 화제다. 이런 식의 놀이가 그러하듯 금기도 따른다. 90초를 넘기면 안 된다.

호주판 ‘분신사바’다. 어디서, 어떻게 이런 놀이가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낙서투성이의 조악한 손 조각상을 두고 “잘려서 방부처리 한 영매의 손이라더라” “죽은 자와 교신하던 사람의 손이라더라” 등 전해지는 얘기만 분분하며, 청소년 파티의 최고 아이템이 됐다.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엄마를 잃은 미아(소피 와일드)는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를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 엄마의 죽음을 쉬쉬하는 아빠와도 사이가 멀어졌고, 유일하게 기댈 사람은 친구 제이드(알렉산드라 젠슨) 남매다. 친구들 사이에서 ‘우울한 왕따’ 취급당하는 미아는 ‘빙의 챌린지’에 끌린다.

공포 영화는 10대의 장르다. 애정에 목마른 소녀가 무모한 모험에 도전하며 주인공이 된다. 중독되듯 반복해 벌이는 금지된 장난은 어린 동생 라일라(조 버드)마저 끌어들이고, 90초 금기를 어기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빠르게 전개되던 청소년들의 놀이 장면은 미아의 심리적 공황 묘사로 급격히 전환된다. 가족·또래들과의 관계가 꼬이면서 주목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미아가 잡을 것이라곤 ‘죽은 자의 손’뿐이다. 엄마에 대한 결핍과 그리움으로 중독되듯 금기에 빠져들어 스스로 재앙을 부르는 모습이 애처롭다.

680만 팔로워를 거느린 호주의 쌍둥이 유튜버 대니와 마이클 필리푸의 데뷔작이다. 활동명 ‘라카라카(RackaRacka)’로 해리포터·포켓몬 등 인기 IP(지식재산권) 패러디 영상을 만들며 이름을 알린 이들의 첫 영화다. 올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한 뒤 ‘미나리’와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으로 이름난 A24가 배급에 나섰다. 이미 제작비의 20배 수익을 올리면서 속편 제작까지 확정했다. 차기작은 비디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영화화. 쌍둥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하나의 이야기 속에 서로 다른 감정과 장르가 합쳐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봉 감독이 그걸 해낸다”고 말했다.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비뚤어진 모성을 연기한 장서희의 심리 스릴러 ‘독친’. [사진 트리플픽쳐스]

비뚤어진 모성을 연기한 장서희의 심리 스릴러 ‘독친’. [사진 트리플픽쳐스]

◆부모가 독(毒)인 스릴러=‘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 지나친 간섭으로 자식을 망치는 부모를 이르는 말.’ 영화 제목 ‘독친(毒親)’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엄마에게 뭔가 있다. 모범생 유리(강안나)가 숨진 채 발견된다. 자살 동호회, 항우울제 등 주목할 정황들이 속속 나오지만 우아한 엄마 혜영(장서희)은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눠 짝 짓는 결혼정보회사 매니저로 일하며 딸의 ‘등급’도 철저하게 관리하며 들들 볶는 그에게 핸드폰 위치 추적과 도청은 일상이다. “걱정돼서 그랬어요” “내 자식은 내 것인데 어떻게 감히”라고 항변하는 장면이 과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요즘의 사건·사고 속 부모들의 모습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사랑을 주는 엄마 또한 비뚤어진 사랑 속에 자라 폭력을 대물림 하는 피해자다. 배우 장서희의 6년 만 스크린 복귀작, 미간에 ‘내 천(川)’ 자가 사라지지 않는 신경질적인 부모를 연기했다.

‘옥수역 귀신’(2023)을 각색한 김수인 감독의 데뷔작. 대치동에서 2년 동안 국어 강사로 일하고, 아역배우 에이전시에서 연기를 지도했던 경험을 녹여 청소년과 그 부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 스릴러를 만들었다. 감독은 “부모가 자식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이 흥미로웠다”며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있던 문제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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