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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질주…이번엔 페디가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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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부상에서 돌아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견인한 에릭 페디. 선발로 나선 페디는 KT 타선을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았다.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8%다. [뉴스1]

부상에서 돌아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견인한 에릭 페디. 선발로 나선 페디는 KT 타선을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았다.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8%다. [뉴스1]

가을야구에 나선 공룡의 질주가 멈출 줄 모른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3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에서 9-5로 이겼다. 이번에는 부상에서 회복한 ‘20승 투수’ 에릭 페디(30·미국)가 선봉장으로 나섰다.

NC의 에이스 페디는 6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면서 탈삼진 12개에 안타는 3개만 내주면서 1실점으로 막았다. NC 타선은 4회까지 8점을 뽑아내면서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눈부신 호투를 펼친 페디는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1만624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5전3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역대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78.1%(32차례 중 25회)나 된다. 올시즌 가을야구 무대에서 5연승을 거둔 NC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2020년 이후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반면 정규 시즌이 끝난 뒤 3주를 쉰 KT는 경기 초반 결정적인 실책을 남발하면서 자멸했다. 3회 초에는 3루수 황재균이 NC 선두타자 박민우의 평범한 뜬공을 놓쳐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4회 초 무사 1루에선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김주원의 희생번트를 2루로 악송구하면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1차전 승리의 주역은 에이스 페디였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20승을 거둔 다승왕 페디는 지난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상대 타자의 강습 타구를 맞아 오른쪽 팔뚝을 다쳤다. 이후 부상 부위가 낫지 않아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물론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동안 NC의 가을야구를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던 페디였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최고 시속 155㎞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KT 타선을 요리했다. 3회 문상철에게 내준 솔로홈런이 옥에 티였을 뿐, 나머지 이닝은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또, 이날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989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과 2020년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이 세운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11개) 기록도 갈아치웠다. 5회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 이민호 주심에게 어필을 했지만, NC 강인권 감독이 재빨리 그라운드에 나서 충돌을 막았다.

이날 페디는 미국인 여자친구가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직구와 스위퍼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졌다.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비슷한 코스로 휘어져 나가는 스위퍼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지난해부터 오타니 쇼헤이(29·일본)가 던져 잘 알려진 스위퍼는 슬라이더보다 횡으로 꺾이는 각도가 큰 신종 변화구다. 뛰어난 체격(신장 1m93㎝, 체중 92㎏)의 페디는 고비 때마다 스위퍼를 구사하며 KT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PO 1차전(30일·수원)

PO 1차전(30일·수원)

반면 NC는 1회부터 정규시즌 승률왕(16전 전승)을 차지한 KT의 선발투수 쿠에바스를 착실히 공략했다. 1사 2, 3루에서 제이슨 마틴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선취점을 올렸다. 2회에는 오영수가 쿠에바스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려 2-0으로 달아났다. NC의 공세는 계속됐다. 3회 선두타자 박민우가 평범한 플라이를 쳤는데 이를 KT 3루수 황재균이 놓치자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속타자 박건우가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로 1루 주자 박민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권희동의 우전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4-0으로 도망갔다.

NC의 페디는 3회 KT 선두타자 문상철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아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NC 타선은 4회 무사 1루에서 쿠에바스의 송구 실책을 틈타 무사 1, 2루를 만든 뒤 잇따라 후속타가 터지면서 4점을 추가했다. KT는 9회 말 배정대가 투아웃 이후 NC 마무리투수 이용찬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터뜨렸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NC와 KT는 31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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