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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회의 끝 결론 못냈다...아시아나 합병 '난기류'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30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임시 이사회에서는 화물사업 매각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정회했다. 화물사업부 매각은 두 회사 기업결합 심사의 주요 논점이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측은 “오늘 이사회는 일단 종료됐으며 (안건에 대한) 가결이나 부결 등 결론은 나지 않은 채 정회됐다”며 “이번 이사회는 추후 다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사회가 다시 언제 열릴지 일시와 장소 등은 미정인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임시 이사회는 8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대한항공, EC에 '시간 더 달라' 요청해야 할 상황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화물사업'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심의했다. 사실상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자리였다.

당초 항공 업계 내부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이사회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사회를 앞두고 분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간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 의견을 보여온 사내이사 한 명(진광호 전무)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다. 사외이사 중 한 사람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표에 대한 ‘이해충돌’ 논란도 불거졌다.

사실 이날 양사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한 ‘화물사업 부문 매각’ 여부는 당초 큰 이슈가 아니었다. 하지만 EU 경쟁 당국이 “합병으로 유럽 화물·여객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사업 중 화물사업 매출 비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아시아나항공 전체 사업 중 화물사업 매출 비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이에 대한항공은 당초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일부 노선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에 넘기는 시정 조치안을 이달 말까지 EC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화물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 사항이다. 하지만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만큼,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제출 여부까지 불투명해졌다. 대한항공은 EC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현지 시간으로 이달 31일까지 시정 조치안을 제출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EC에 시정 조치안 마련을 위해 며칠만 더 시간을 달라고 설득하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2위 항공화물 운송 사업자다. 이달 초 기준으로 11대의 화물기를 보유 중이다. 전체 보유 항공기는 79대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 입장을 낸다면 양사 합병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3조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의 앞날은 다시 ‘난기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설득' 안간힘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측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대한항공 측 이사들은 아시아나항공에 7000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활용한 재무적 지원 방안을 결의했다.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무관하게 아시아나항공 측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부문 매각에 동의한다고 해도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대한항공은 현재 14개국 중 11개국에서 합병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주요 시장인 EU와 미국, 일본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EU와 미국의 경쟁당국은 양사 간 합병에 까다로운 입장이다.

이상은 '메가 캐리어', 현실은 '삐그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기적인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당초 양사 합병 시 ’글로벌 7위권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탄생’을 기대했지만, 이번 화물사업 매각 합의 과정에서 보듯 순조로운 ‘2인3각’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합병 과정이 길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매출 3조254억원, 영업이익 2014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602억원에 이른다. 2010년대 초반부터 휘청거리며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 탓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41%(약 12조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만 2023억원이 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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