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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땅굴 앞 박격포 오갔다…이 와중에 이스라엘∙러도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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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사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치열한 교전 속에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 일부를 장악했다. 지상전이 최소 수 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지상군 작전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IDF는 가자 북쪽 일부를 장악하며 하마스에 대한 포위망을 좁혔다.

IDF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브리핑에서 "밤사이 가자지구 진입 병력을 늘렸다"며 "이 과정에서 하마스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IDF는 전투기를 동원해 하마스의 지휘소·관측소·대전차 미사일 발사대 등 표적 600여곳을 공습했다.

 29일 이스라엘군(IDF)이 공개한 장갑차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9일 이스라엘군(IDF)이 공개한 장갑차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오후 남부 국경에서 수백m 거리에 있는 지하터널 '가자 메트로' 앞에서 양측 교전도 벌어졌다. 하마스가 수십 년간 구축한 총연장 약 483㎞의 지하터널은 무기고 등이 집중된 군사시설이자 가자지구의 지하경제를 떠받치는 시설이다. TOI에 따르면 교전 도중 박격포 여러 발이 오갔다. IDF는 자국군 탱크의 사진, 병사들이 돌격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도 "우리 전투원들이 침략군을 맞아 기관총과 대전차 무기로 격전을 벌였다"면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도시 여러 곳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IDF가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를 임시 거점으로 삼고 수개월에서 1년에 걸쳐 가자지구를 장악하는 소위 '슬라이스' 전법을 쓸 것으로 봤다. 전면 공세 대신, 하마스를 가자시티에 가둬 고사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제한적인 규모의 지상전을 여러 차례 치르면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줄고, 하마스에 억류된 200여명의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여지는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비군 소집을 조기에 해제하고 정규군만으로 전쟁을 하면 국가 경제에 걸리는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2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공격한 모습. EPA=연합뉴스

2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공격한 모습. EPA=연합뉴스

구호단체 "가자 어린이 사망 3000여명"

지상전이 본격화하며 민간인 피해도 늘고 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3주간 누적 사망자가 어린이 3324명을 포함, 8005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8005명은 양측 무력 충돌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다.

29일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 폭격의 여파로 집들이 붕괴된 가운데 팔레스타인 남성이 소녀를 안고 대피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9일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 폭격의 여파로 집들이 붕괴된 가운데 팔레스타인 남성이 소녀를 안고 대피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 3주간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자 3000여명은 지난 3년간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연간 어린이 사망자 수보다 많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실종 아동은 1000여명, 부상 아동은 6360명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가자지구 병원 중 3분의 1은 운영이 중단됐다"며 "다친 어린이가 치료를 못 받고 숨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 주민들에게 신속한 대피를 재차 촉구했다. 하가리 IDF 소장은 "지난 2주간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임시로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남쪽 이동은 안전을 위한 것이며 매우 긴급한 요구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주민들이 남부로 이탈하면 하마스의 '인간방패' 전술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금까지 가자 주민 230만명 중 140만명이 피란을 떠났지만, 폭격 속에 이동이 어려운 수십만 명은 아직 북부에 남아 있다. 유엔 안전보상이사회(안보리)는 30일 오후(미 동부시간) 긴급회의를 통해 전쟁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후방으로 잠입해 공격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땅굴(터널)이 25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공개됐다. 땅굴로 들어가는 입구 상당수는 민간인이 거주하는 주택가나 학교 같은 곳에 설치됐다. AP통신=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후방으로 잠입해 공격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땅굴(터널)이 25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공개됐다. 땅굴로 들어가는 입구 상당수는 민간인이 거주하는 주택가나 학교 같은 곳에 설치됐다. AP통신=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하마스가 여러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외국인들이 (가자지구에서) 떠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는 미국인 등 외국인이 라파 검문로를 거쳐 자국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할 준비가 돼 있고 이스라엘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일에 진척이 없는 이유는 하마스 탓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안에는 미국인 600여명과 영국인 200여명 등 외국인이 다수 있다고 알려졌다. 영국 정부 소식통도 "하마스가 이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민 철수와 구호물자 공급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민간인과 하마스 테러범을 구분해 군사작전을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수는 239명으로 당초 발표(229명)보다 늘어났다.

러 공항선 이스라엘發 여객기 기습시위도

이스라엘과 러시아는 전쟁 여파로 또 다른 갈등에 처했다. 러시아가 최근 하마스 대표단을 모스크바에 초청하자, 이스라엘 외무부가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시모나 핼퍼린 이스라엘 외무부 유럽·아시아 부국장은 아나톨리 빅토로프 주이스라엘 대사에게 "14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에 직접 책임이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러시아로 초청한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에 정당성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29일 러시아 공항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공항을 습격해 이스라엘인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서자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9일 러시아 공항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공항을 습격해 이스라엘인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서자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이륙해 러시아 공항에 착륙한 여객기를 친팔레스타인 성향 시위대가 습격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마하치칼라 공항에 이스라엘에서 온 여객기가 착륙한다는 소식에 시위대가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난입했다.

시위대 일부는 활주로로 달려갔으며,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공항을 나가는 차량의 탑승자를 확인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참가자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아랍어 기도 문구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투입돼 시위를 진압하기 전까지 20명이 다쳤으나 여객기 승객들은 안전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시위 참가자 150명의 신원을 확인해 이 중 60명을 체포했다.

러시아 연방항공청은 내달 6일까지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공항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카스피해 동쪽 산악지대에 자리한 다게스탄은 인구 320만명 중 대다수가 수니파 무슬림으로 알려져 있다.

네타냐후, 군에 책임 돌렸다가 역풍 

한편 네타냐후 총리가 7일 새벽 기습과 관련, 사태 책임을 군(軍)에 돌렸다가 역풍을 맞자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28일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28일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X(옛 트위터)에 쓴 글에서 자신은 하마스의 '전쟁 의도'와 관련해 어떤 보고도 받은 적 없다고 썼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군과 정보기관으로 돌린 셈이다. 이에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가 "네타냐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싸우는 동안, 총리가 이들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해당 글을 지우면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이다. 사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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