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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텔레방 보기만?…대법 "다운 안 하면 '소지죄' 안 돼"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했어도 다운로드를 하지 않았으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제작·배포와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판결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다.

 A씨는 싱가포르에 살면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13개가 저장돼 있는 다른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대화방에 공유해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6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480개가 올라와 있는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 7개에 참여하고, 채널 두 개를 개설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0개를 직접 올리는 등 소지한 혐의도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과 달리, 텔레그램 채널에선 운영자만 메시지를 보내거나 파일을 올릴 수 있다.

1~2심은 A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와 소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볼 수 있는)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게시한 행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직접 게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에 참여해 게시된 사진 또는 영상에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도록 채널 및 대화방 참여 상태를 유지한 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사실상 점유 또는 지배하에 둬 이를 소지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성착취물 링크 공유는 유죄 인정…“배포한 것”

지난 2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소지 혐의를 받는 한 20대 남성이 미국에서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이 남성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유튜브에서 "구독자 00명 있는 계정 나눔" 등의 댓글을 달아 10세 전후의 아동 4명을 유인한 뒤 한 명당 1건의 성 착취물 영상을 제작한 혐의 등을 받는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소지 혐의를 받는 한 20대 남성이 미국에서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이 남성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유튜브에서 "구독자 00명 있는 계정 나눔" 등의 댓글을 달아 10세 전후의 아동 4명을 유인한 뒤 한 명당 1건의 성 착취물 영상을 제작한 혐의 등을 받는다. 연합뉴스

대법원도 A씨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죄는 인정했다. “텔레그램 대화방의 다수 회원들로 해 A씨가 게시한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통해 그 채널에 저장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별다른 제한 없이 접할 수 있게 했다”며 “전체적으로 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란물을 볼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하는 것은 음란물 배포와 같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를 확장한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자신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을 유지하면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0개를 직접 올린 것 역시 ‘소지죄’에 해당한다면서도, A씨가 다른 텔레그램 채널 등 7개에 참여한 것은 무죄라고 봤다. “채널에 게시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자신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에 전달해 게시했거나 자신의 저장 매체에 다운로드 했다는 점을 증명할 증거는 부족하다”면서다. 자신이 운영하는 게시판이나 소셜 미디어(SNS) 대화방, 하드 드라이브 등에 저장해 놓고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어야 ‘소지’라고 할 수 있는데, 보기만 하는 것은 소지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청소년성보호상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를 받는 '박사방' 유료회원 2명이 지난 2020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성보호상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를 받는 '박사방' 유료회원 2명이 지난 2020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에도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링크를 저장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B씨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B씨 역시 실제로 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법원은 “자신이 지배하지 않는 서버 등에 저장된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성착취물)에 접근해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 등을 제공받은 것에 그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소지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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