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영남중진 험지 출마론…TK· PK ‘부글’ 수도권 “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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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당 내부가 크게 들썩대고 있다. 쇄신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혁신위원장 발언이라 “거부하면 ‘반혁신론자’가 될 것”(영남권 다선)이란 불만과 “특정인을 호명해 압박한 건 부적절했다”(친윤계 초선)는 반발이 분출했다. 그런가 하면 “언제까지 양지에만 있을 것이냐”며 쇄신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뒤섞였다.

인 위원장은 지난 27~28일 보도된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험지 출마론을 강조했다. “변해야 산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의원 중 스타들은 서울이나 험지로 나왔으면 한다.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도, 김기현(4선·울산 남을)도 스타”(조선일보)라거나 “영남이 통째로 다 바뀌어야 한다. 당이 무슨 낙동강 하류당이 돼 버렸다”(동아일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발언의 맥락을 떠나 연달아 폭격을 맞은 모양새가 된 영남 의원들은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PK 중진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전략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짜야 한다”며 “잘 모르는 사람끼리 술집에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하는 수준의 이야기를 혁신위원장이 받아서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너무 거칠다”고 비판했다.

TK 중진의원도 “수도권 위기론 대책이 시급한데, 느닷없이 영남 의원을 연고지도 없는 수도권에 배치하겠다고 한다”며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4년 내내 다른 지역에 있던 의원이 서울 가면 신인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인 대통령실·여당 간 수직적 상하 관계 개선에 대해선 입도 뻥긋 못 하면서 만만한 영남권 의원만 타깃으로 삼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름이 거론된 김 대표와 주 의원은 종일 침묵을 지켰고, 측근들은 “노코멘트가 공식 입장”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에 “수도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영남 쇄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혁신위에 힘을 싣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수도권 의원은 “영남 의원은 언제까지 양지에 있을 거냐”고 말했고, 영남 지역 한 의원도 “혁신엔 비판이 따라붙기 마련이고, 비판이 없다면 혁신이 아니다. 지금은 인 위원장의 혁신안을 지켜보면서 응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친윤계에선 “험지 출마론의 진짜 목적은 기득권 물갈이”라는 의심도 제기했다. 친윤계 의원은 “지역에서 업적을 쌓았거나 연고가 있어서 신뢰받는 사람이 나가도 이길까 말까”라며 “과거에도 수도권 험지 출마론은 누군가를 빼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 중진이 기득권으로 지목돼 희생을 강요당하면, 그다음엔 친윤계가 지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요한 “홍준표·이준석 만나서 풀 것”

지난 27일 혁신위 1호 안건으로 정한 ‘대사면’ 추진에 대해선 당사자들의 냉담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당원권 정지 10개월·수해골프)은 29일 페이스북에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징계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받아주겠나”라며 “감도 안 되면서 깐죽거리던 자들은 내년에 국민이 다 심판해서 퇴출시켜 줄 것”이라고 썼다. 이준석 전 대표(당원권 정지 1년6개월·당 모욕)도 지난 28일 MBC 라디오에서 “선거 전략 면에서도 굉장한 바보짓이고, 혁신위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 등이) 마음이 많이 상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만나서 풀어야 한다. 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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