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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층이 더 내는 방식에 "묘수"…국민연금 운영 새 제안 시끌 [vie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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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보험료를 연령별로 다르게 올리고, 사회·경제 여건 변화에 맞춰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전자는 세계에서 시도한 한 적이 거의 없고, 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3분의 2가 이미 도입한 것이다. 다소 갑작스러운 데다 낯설다 보니 평가가 엇갈린다.

①보험료 차등 인상 

방식은 이렇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가령 보험료율을 5%p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40~50대는 5년 만에 매년 1% 올리고, 20~30대는 20년에 걸쳐 0.25%p씩 올리거나 15년에 걸쳐 0.33%p 올리는 식이다. 3%p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중년 세대는 매년 0.5%~1%p, 미래세대는 0.3%p 올리는 식이다.

이 국장은 "청년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더니 '우리가 많이 내고 덜 받는 거 아니냐' '기성세대가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차등 인상이 세대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 비슷한 게 있긴 하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이 아니라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에서 50대가 되면 보험료가 올라간다고 한다. 이 나라는 퇴직연금 중심으로 노후소득 보장장치가 운영된다.

정부가 차등인상을 꺼낸 배경에는 미래 세대의 고통을 좀 줄여서 연금개혁에 호응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렸다. 고통 분담 차원이 강하다.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나이 많은 사람이 오래 보험료를 불입해서 가입기간 길다. 현 제도가 상대적으로 초창기 가입자에게 후했다"며 "갈수록 젊은 세대가 힘들어진다. 그런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후한 기간에 오래 가입한 사람이 조금 더 부담하고 젊은 사람은 낮추자는 건데,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묘수"라고 평가한다. 오 위원장은 "50대는 소득대체율이 좋은 기간에 오래 가입했다. 보험료를 좀 더 많이 올려도 납부기간이 얼마 안 된다"며 "보험료 부담 수준만 보면 연령 차별이지만, 혜택을 고려하면 형평성을 개선하는 조치"라고 말한다. 그는 "기성세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청년의 연금개혁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대체율은 1988~98년 70%, 99~2007년 60%, 2008년 50%로 떨어졌고, 그 이후 매년 0.5%p 낮아져 올해 42.5%가 됐다. 소득대체율이 70%라는 것은 100만원 소득인 사람이 40년 가입하면 7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개인별로 소득대체율 구간을 하나하나 따져 연금액을 산정한다. 따라서 소득대체율이 높은 시기에 오래 가입한 중년층의 혜택이 더 크다. 박 교수와 오 위원장이 "중년층이 더 내자"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 위원장은 구체적인 방안을 들었다. 50대 후반은 연간 1%p를 올리고, 53~55세는 0.9%p, 그 아래는 0.8%p를 올리는 식으로 2~3세로 끊어서 차등화하자는 것이다. 젊은 층은 0.5%p 정도만 올리자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재정 효과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정부가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젊은 층을 설득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7일 논평에서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재정조달에 있어 사회연대의 원칙이나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연금 전문가는 "공적연금에서 연령별로 보험료를 다르게 적용한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겠느냐"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②자동안정화장치

정부는 27일 "미래 준비를 위해 재정방식 개선 논의 등 공론화 과제를 제안한다. 인구·경제여건 변화 대응을 위해 자동안정화장치(자동조정장치) 도입 또는 확정기여방식(DC) 전환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장치 도입이나 DC 전환은 '연령별 보험료 차등화'보다 호응도가 낮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장 흔한 게 기대수명이 늘면 연금액을 낮추거나 수령개시 연령을 자동으로 늦추는 식이다. 핀란드는 미래에 받을 연금액을 미리 정한 상태(확정급여방식, DB)에서 기대여명 증가만큼 급여액을 조정한다. 일본은 가입자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만큼 연금을 깎는다. 독일은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비율(제도 부양비)을 따져 연금을 삭감한다. 일본은 이걸 도입했지만,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

DC 전환은 자동장치의 가장 확대된 형태이다. DB는 미래에 받은 연금액을 확정하고, 위험은 국가가 진다. 재정 안정에는 좋지 않다. 반면 DC는 보험료만 확정하고 연금액은 이자(운용이자, 정부 지정 이자)를 붙여 지급한다. 위험은 개인이 진다. 낸 만큼 받아가니 재정 안정에는 매우 좋은 제도이다.

박종원 교수는 "우리 연금은 당장 급한 게 보험료 인상,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의 응급처치인데, 정부가 이런 응급환자에게 기초체력을 보강한다며 구조개혁을 얘기한다"며 "앞뒤가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자동장치를 도입하려면 장기재정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기재정 목표란 70년 후 얼마만큼 재정을 남길지를 정해 여기에 맞춰 보험료 인상 등을 개혁하는 것을 말한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은 저축 성격에다 소득재분배(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것) 성격이 포함된 제도이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이라면 모를까 국민연금에는 DC형이 안 맞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도 "재정의 수급 균형이 이뤄진 후에 자동장치나 DC 전환이 작동할 수 있다. 서유럽처럼 균형을 이룬 후 도입해야 적절하다. 그렇지 않고 도입하면 연금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어서 중장기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 지금 얘기하면 초점이 흐트러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적 여건과 사회적 수용성,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DC 전환 여부, 시점과 방식 등을 주요 논의 과제로 제시할 방침이다. 소득보장 악화 방지 방안도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DC 전환,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연령별 차등 보험료 부과 등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망치는 국민연금 죽이기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복지제도도 그렇게 설계되어 있지 않은데, 낸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적연금의 사회 연대 및 재분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은 소득대체율 삭감 이상의 연금 삭감 제도로 작용해 보장성을 크게 훼손하여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국가의 재정 분담은 온데간데없고 정부가 연금 깎기에 안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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