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생보사 시장확보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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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험시장의 개방으로 신설된 생명보험회사들이 아직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87년까지만 해도 삼성·교보 등 6개사가 각축전을 벌이던 생보시장에 최근 3년새 새로 생긴 회사는 무려 22개사.
연간 12조원 규모에 달하는 생명보험시장을 놓고 기존 6개사, 지방사 7개사, 후발 전국사 6개사, 외국사 4개사, 합작사 5개사 등 28개 생보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신설 생보사들이 기존사들의 막강한 영업조직에 밀러 기존사들의 벽을 쉽사리 허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합작사나 외국사 등은 당초 영업을 시작할 때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로 현재 모두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이나·알리코 등 외국사들은 손실금을 보전하기 위해 연간 5억∼10억원을 본사에서 보내오고 있다.
아플락사는 암보험만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조지아사는 모집인이 아닌 대리점을 통해 보험을 모집하는가 하면 많은 합작사와 외국사들이 모집인의 수준을 고졸이상으로 하는 등 색다른 경영을 해봤지만 한국적인 상황에 맞지 않아 기존6개사를 점차 닮아가고 있다. 더구나 외국사에 대해 특종상품을 허용하지 않아 외국사들도 국내사와 영업기법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합작사의 경우 외국의경영진 2∼3명이 나와있지만 실제적인 경영은 우리나라 사람이 도맡고 있다.
사정이 어렵기는 국내 신설생보사도 마찬가지.
삼성·교보 등 기존 생보사들이 7백∼1천7백개의 점포에 모집인수가 1만4천∼5만5천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반면 신설사들은 겨우 5∼1백70여 개 점포에 40∼6천여명의 모집인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모집인이 아는 사람을 통해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보험시장의 생리에 비춰 기존사와 신설사는 아직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올 상반기 중(4∼9월)영업실적을 보면 총수입 보험료 6조8천3백28억9천만원 가운데 삼성·교보 등 기존사가 6조2천2백47억원으로 전체의 91%를 넘고 있다. 나머지 9%만이 22개 신설생보사의 몫인 것이다.
신설 생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은 88사업연도에 불과 1·2%에 머물렀으나 89사업연도엔 5·7%로 신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한편 합작사나 외국사의 외국 경영진들은 『기존사를 따라잡는데는 적어도 7∼8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고 지나친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모집인의 교육 등 내실 있는 경영을 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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