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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원가 다 잡았다…'치즈 없는 피자' 공 들이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 경기도 안산의 피자제조업체 조흥 직원들이 이마트 노브랜드의 비건 피자인 '베지피자'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난 19일 경기도 안산의 피자제조업체 조흥 직원들이 이마트 노브랜드의 비건 피자인 '베지피자'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름 10인치의 피자 도우들이 토마스 소스를 머리에 얹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차례로 이동했다. 토핑 기계를 통과하자 새송이버섯과 홍파프리카·애호박·브로콜리·옥수수알이 흩뿌려졌다. 위생 복장을 갖춘 직원 7~8명이 토핑 옷을 입은 도우 위에 오래 볶아 갈변된 카라멜라이즈드 양파를 군데군데 올렸다. 토핑이 고루 놓일 수 있게 한 번 더 매만지니 먹음직스러운 피자가 완성됐다. 이어서 영하 33도에서 25분간 급속 냉동해 포장대로 옮겨졌다.

지난 19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식품 제조업체 ㈜조흥 공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냉동 피자를 생산 중이었다. 여느 피자와 비슷해 보이지만 뭔가 빠진 듯했다. 피자를 만들 때 거의 필수 재료로 여겨지는 치즈가 없어서다.

이마트는 지난 26일부터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를 통해 비건(채식) 피자인 ‘베지피자’를 내놨다. 조흥은 오뚜기 계열사로 국내에서 가장 큰 피자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다. 베지피자는 조흥이 개발과 생산을, 노브랜드가 유통과 판매를 각각 맡았다.

김광모 이마트 가공개발팀 부장은 “베지피자에는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비건 피자는 식물성 식품 중에서도 개발과 판매가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주재료인 도우와 치즈에 우유가 들어가서다. 식물성 유지로 만드는 비건 치즈는 일반 치즈보다 가격이 2~3배 비싸다. 자연히 판매가격이 일반 냉동 피자보다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냉동 피자와 비건 시장의 성장세가 맞물려 유통·식품 업계는 꾸준히 식물성 요소를 적용한 피자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완전한 채식 피자는 아니지만 앞서 오뚜기가 컬리플라워 채수를 반죽에 넣은 피자를, 풀무원이 식물성 크루아상 도우로 만든 피자를 각각 선보인 바 있다.

지난 19일 김광모 이마트 가공개발팀 부장(왼쪽)과 제품 개발을 맡은 정상윤 조흥 연구개발팀 차장이 베지피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난 19일 김광모 이마트 가공개발팀 부장(왼쪽)과 제품 개발을 맡은 정상윤 조흥 연구개발팀 차장이 베지피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김광모 부장은 “베지피자 개발 초기에는 비건 치즈를 썼지만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 끝에 아예 넣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토핑의 종류와 양을 늘리고, 토마토소스에 토마토 원액을 넣어 풍미를 더 했다”고 말했다. 갈변된 양파는 고기 토핑의 색감을 내줬다.

도우도 문제였다. 도우를 개발한 정상윤 조흥 연구개발팀 차장은 “맥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맥주박과 사탕무 성분을 도우에 넣어 식이섬유 함유량을 높여 식물성 요소를 살리면서 칼로리도 일반 피자의 절반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맥주박은 최근 식품·화장품 업계 등에서 친환경 재료로 주목받는다.

오븐에 구워낸 이마트 노브랜드의 비건 피자 '베지피자'. 최은경 기자

오븐에 구워낸 이마트 노브랜드의 비건 피자 '베지피자'. 최은경 기자

베지피자는 도우와 치즈에서 나오는 느끼한 맛이 없는 게 특징이다. 콜라보다는 레모네이드를 곁들이는 게 나을 만큼 깔끔한 맛이다. 토핑으로 올라가는 채소는 모두 도우에 올리기 전 볶거나 구워 눅눅하지 않다. 소스 맛이 진해 초등학생도 선호할 수 있는 맛이었다. 다만 치즈가 없는 피자를 피자로 생각할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였다. 정상윤 차장은 “토마토소스와 마늘 등을 올린 이탈리아의 마리나라 피자에도 원래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베지피자의 가격은 5980원으로 노브랜드 치즈딥 치즈크러스트피자와 가격이 같다. 콤비네이션피자보다는 1400원 비싸다. 김 부장은 “아시아에서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싱가포르 정도에서만 비건 시장이 형성됐지만 몇 년 안에 한국과 일본에서도 크게 유행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며 “하나의 제품군으로 자리 잡는다면 최근 떠오르는 냉동 피자의 새로운 영역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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