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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째 불 꺼진 종로구의회...의정비 한달에 386만원 챙겼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종로구의회 입구. [사진 종로구의회]

서울 종로구 종로구의회 입구. [사진 종로구의회]

27일 서울행정법원 B205호 법정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봉무 종로구의회 의원 등 5명이 제기했던 의장 선출 무효소송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들 의원은 의장 선출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피고는 종로구의회다. 이날 별다른 쟁점 없이 끝났고 선고는 다음 달 10일로 잡혔다. 그간 구의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의장 자리를 놓고 의회와 민주당 소속 의원 간 법정 다툼을 벌이는 걸까.

종로구의회 의원들. [사진 종로구의회]

종로구의회 의원들. [사진 종로구의회]

'의장' 자리 놓고 시작된 갈등 

종로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제9대 의회가 출범했던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로구의회 다수당은 6석을 확보한 민주당이었다. 국민의힘보다 한 석이 많았다. 그런데 재선인 라도균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이 당내 의장 경선서 떨어지면서 갈등이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의장 출마가 어려워진 라 의원이 같은 해 7월 4일 국힘으로 당적을 옮겨 입당한 것이다. 종로구의회는 국힘 다수당(6명) 체제로 뒤집혔다. 자연히 의장 자리는 다수당인 국힘 몫이 됐다. 당적을 바꾼 라 의원이 출마했고, 의장으로 뽑혔다. 문제는 국힘 소속 구의원들이 단독으로 의장 선거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6명의 국힘 의원들은 각각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4석) 자리를 나눠 가졌다.

이에 민주당 소속 구의원 5명은 의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과 (의장)선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본안 소송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하다”며 지난 5월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원 구성이 무산한 지 한 달이 지난 6월 국힘 구의원들은 다시 한번 단독으로 의장 선출 선거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라 전 의장이 당선됐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라 의장을 상대로 두 번째 직무정지를 끌어냈다. 종로구의회 운명은 다음 달 10일 다시 한번 정리될 예정이다.  

제322회 정례회 폐회를 선언하고 있는 라도균 서울 종로구의회 의장. [사진 종로구의회]

제322회 정례회 폐회를 선언하고 있는 라도균 서울 종로구의회 의장. [사진 종로구의회]

선거로 뽑아줬더니 15개월간 공전 

구의원들은 지방선거를 통해 의회에 들어왔다. 주민 대표자다. 그런데도 15개월 동안 의장 자리를 놓고 싸우느라 의정활동은 뒷전이었다. 구의원 전원이 출석한 본회의는 9차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조례를 통과시킨 회의는 5번뿐이었다. 각종 민생 조례도 장기간 심사만 기다리고 있다.

국힘 의원들은 “(우리당 의원들이) ‘나 홀로 의회’를 지키는 동안 민주당은 임시회를 일방적으로 산회시키면서도 의정비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기초의회 의원들이 공통으로 받는 의정활동비(110만원)와 함께 매달 276만2910만원의 구의회 월정수당을 받고 있다. 11명 구의원에게 매월 4300만원가량의 의정비가 지급되는 상황이다. 종로구의회 의장은 별도로 월 350만원의 업무추진비와 관용차·운전기사·비서 제공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종로구의회 의장 선출 경위는 불법적인 행위가 명백하다. 국힘이 다수당의 힘으로 마치 민주당이 의회를 파행한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공문서위조 행사 등 범죄적인 방법으로 두 번이나 원 구성을 했기 때문에 종로구의회가 파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장기간 의회가 파행하자 종로구는 지난달 의회 사무국에 파견했던 구청 공무원 12명 복귀를 결정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장기간 계속되는 의회 파행으로 유휴인력이 발생했다”며 “주민을 위한 시급한 민생현안 업무에 배치하고자 의회 파견 공무원 복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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