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미 첫날 왕이, 블링컨 면담…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길닦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오는 11월 성사 가능성이 있는 미ㆍ중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사전 조율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워싱턴 DC 국무부를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업무만찬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이후 3개월 만이다. 명목상으로는 블링컨 장관의 6월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당시 친강 외교부장의 방미를 초청했으나 친 부장이 돌연 해임되고 외교 수장이 교체되면서 왕 부장이 미국을 찾은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이틀 동안 건설적인 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우리의 논의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미국을 향한 뼈 있는 발언도 내놨다. 왕 부장은 “오해와 오판을 줄이고 중ㆍ미 관계를 안정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궤도로 되돌릴 수 있도록 심도 있고 포괄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중ㆍ미 관계에서 때때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중국은 침착하게 대처한다”면서 “시시비비는 누가 더 힘이 세고 목소리가 큰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중ㆍ미 3개 공동성명 조합, 국제법 및 국제관계 기본 규범, 그리고 시대 분위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이날 밤 늦게 설명자료를 내고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미ㆍ중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며 “양측은 이견을 해소하고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등 다양한 양자ㆍ지역ㆍ글로벌 이슈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건설적 분위기에서 중ㆍ미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하루 뒤인 27일 오전에도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28일까지 예정된 왕 부장 방미의 실질적 목적은 미국 방문설이 나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길닦기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 주석이 내달 15일~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시 주석과의) 정해진 회담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했었다.

미ㆍ중 정상회담 성사 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난 데 이어 1년 만의 대좌가 된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상공 격추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러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이후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 장관급 인사들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는 등 고위급 대화 채널이 재개되면서 다소나마 풀리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와 이에 맞선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가 나오는 등 첨예한 갈등도 계속됐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미 기간 양국은 신중동전 등 국제 정세 현안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 중동 순방 당시 왕 부장과의 통화에서 신중동전 확전 방지 및 중동 지역 안정화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두 사람은 당시 나눈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중동 지역의 여러 국가와 맺은 관계와 소통 라인을 이용해 지역 안정을 위해 힘쓸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도 논의 의제에 포함된다고 한다. 밀러 대변인은 “왕 부장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와 관련된 중국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북한 문제가 의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다만 미리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왕 부장은 27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예정이다. 왕 부장의 백악관 방문 때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이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 예방이 이뤄졌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