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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전략적 모호, 이준석계는 먼저 탈당…창당 양동작전?

중앙일보

입력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지난 25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절 ‘나는 국대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상근부대변인이 됐던 신인규 변호사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사의 첫 공식 탈당이었다. 지난해 이 전 대표 징계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극대화될 때 ‘국민의힘 바로세우기(현 정바세)’를 만들어 이 전 대표 지지층을 끌어모았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집권 여당을 노골적으로 사유화했다”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신 변호사는 다음달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려 신당 창당에 나선다.

#. 같은 날 새벽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혁신위원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천 위원장은 3·8 전당대회 당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한 축으로 대표 경선에 나섰던 대표적 이준석계 인사다. 그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는 혁신위는 의미가 없다”며 혁신위원직을 고사했다.

‘이준석 신당설’이 정치권에 쫙 퍼진 상황에서 이준석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인 지난 16일 이 전 대표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걸 기점으로 국민의힘 중심부와의 원심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준석계가 탈당과 창당을 위한 밑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바플라이 별밤에서 열린 블로그 '고공행진' 오프라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인규 변호사, 김철근 전 정무실장,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 전 대표, 이기인 경기도의원, 허은아 의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바플라이 별밤에서 열린 블로그 '고공행진' 오프라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인규 변호사, 김철근 전 정무실장,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 전 대표, 이기인 경기도의원, 허은아 의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연합뉴스

물론 당사자인 신 변호사와 천 위원장은 자신들의 행동과 이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5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동지라고 같은 길만 가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창당 작업과 이준석 신당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원) 수락 여부를 결정함에 이 전 대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시 합류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일단 너무 가정적인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의구심을 품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운신이 자유로운 신 변호사가 신당을 먼저 만들어 일종의 플랫폼을 구현해 놓으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얼마든지 올라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연말까지 신당 창당이든 무소속 출마든 정치적 진로를 결정짓겠다고 예고한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합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여권의 시선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나중에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주류와 더불어민주당 비명계를 접촉해 인물 중심의 신당을 창당한 뒤, 총선을 앞두고 신 변호사의 플랫폼 정당과 합당한다면 가장 시너지가 있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 코로나 긴급점검' 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 코로나 긴급점검' 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선 공개적으로 이준석 신당을 부추기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했다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딱 단절을 하고 본인 나름대로 자기 정치 등 어떻게 해서든지 내년에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사실상의 창당 권유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5일 “이준석 전 대표와 나름대로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 정당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신당) 가능성이 배제돼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부산·광주 등에서 이 전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할 예정인데, 뭐가 그리 두려운지 외압이 들어온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8월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8월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도 신당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1~2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7.7%가 ‘유승민·이준석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신당 등장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4.3%포인트, 8.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부터 제3지대에서 움직인 금태섭·양향자 전 의원이 각각 발족한 신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표 역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6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에서 “(민주당) 비명계가 분당해 3당 구도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옵션을 늘어 놓고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신당을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한다면 비례신당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신당설 연기만 풍기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주변에선 “연말까지 여야의 선거제 협상 상황을 본 뒤 창당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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