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 회복세에 3분기 0.6% 성장...올해 1.4% 달성 변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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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한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0.3%) 역성장한 후 올해 1분기(0.3%)ㆍ2분기(0.6%)에 이어 3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로 집계됐다. 수출과 민간소비, 건설투자가 전 분기보다 다소 살아난 영향이다. 수출은 반도체ㆍ기계 등 중심으로 3.5%, 수입은 석유제품 등 위주로 2.6% 늘었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이 3분기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전 분기(1.4%포인트)에 이어 2분기 연속 GDP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신재민 기자

민간소비는 음식숙박ㆍ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3% 늘면서 성장에 0.2%포인트 기여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카드 사용액 등을 보면 향후 민간소비는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물가 부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소비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분기보다 늘어난 영향 등으로 0.1%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원자재 공급 차질 완화 등으로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2.2% 늘었고 성장에도 0.3%포인트 기여했다. 다만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제조용 장비 증설 등이 줄면서 2.7% 감소했고, 겨우 끌어올린 성장률을 0.2%포인트 갉아먹었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5% 증가했다.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수입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도 좀 떨어지면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신재민 기자

정부와 한은은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 전망을 유지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 1.4%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현재 정부가 연간 성장률을 1.4%로 전망하고 있는데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라며 “10월 들어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어)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 1.4% 성장을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은 0.7% 이상이어야 한다. 신 국장은 “최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수출 부진을 완화하고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고금리 지속이 우리 금융이나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 두 번째)이 26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앞으로다. 한은은 내년 2.2% 성장을 전망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 내년까지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 내년은 1.7%로 추정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당분간 국내 시장금리도 따라 상승하면서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계속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환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잠재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