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기부 손길은 더 따뜻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평생 강단에 선 노교수의 퇴직금, 마라톤을 완주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성금, 선행봉사상을 받은 대학원생의 상금….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특별한 기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효선 중앙대 명예교수(65)는 올해 받은 퇴직금 중 2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1981년부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와 사회학과에서 25년 동안 재직했다. 이 교수는 "한국 전쟁 당시 납북된 선친을 추모하는 뜻에서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선친은 서울에서 제지업과 운수업을 하는 사업가였다. 선친은 46년 월남한 이북 동포를 위해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 주택 15채를 지어 주는 등 적지 않은 자선사업을 펼쳤다. 이 교수는 "이번에 기부한 금액은 60년 전 선친의 자선 규모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지만 내 자신이 이웃돕기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부회장인 김현우(47)씨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코스를 완주한 뒤 모은 성금과 자신이 쓴 마라톤 관련 서적의 판매 수익금 등 1200여만원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서울 가락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풀코스를 42회나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3시간1분. 100㎞를 계속 뛰는 울트라마라톤도 18회나 뛰었다. 올해는 마라톤에 대한 경험담을 담은 수필집 '흐르는 물처럼 나는 새처럼'.'불혹을 넘긴 스파르타슬론'을 잇따라 출간했다.

그는 2001년부터 마라톤을 완주한 뒤 울트라마라톤연맹 동호인들에게서 성금을 모아 매년 결식아동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해왔다. 김씨는 "마라톤과 기부를 하면서 마음이 넉넉해지고 생활이 더욱 넉넉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심태은(29.여)씨는 학교에서 선행봉사상으로 받은 상금 100만원 전액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심씨는 바쁜 학업 중에도 사회복지시설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한 공적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올 3월부터는 경기도 분당의 중탑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 센터는 빈곤층 학생들을 돕기 위해 중앙일보가 벌이고 있는 '위 스타트(We Start)'운동 시범사업 기관이다. 고려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심씨는 매주 금요일마다 전공을 살려 2시간씩 아이들에게 화초 키우는 법, 텃밭 가꾸기, 텃밭에서 키운 야채로 요리 만들기 등을 가르친다.

심씨는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이 자연 속에서 어울리는 환경친화적인 사회복지시설을 설립하려고 공부중인데 상금까지 받게돼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까지 지난해보다 7%정도 늘어난 2291억원의 성금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금회 관계자는 "10월 말까지 모인 성금은 955억원 가량"이라며 "연말연시에 이들 3명의 특별한 기부자 처럼 이웃들의 훈훈한 인정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