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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恥躬之不逮(치궁지불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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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옛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내놓지 않은 까닭은 행함이 (말에) 미치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논어』 이인편 제22장의 공자님 말씀이다. 말만 앞세울 뿐 실천이 부족하여 스스로 한 말을 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계(警戒)하는 말이다.

‘허풍선(虛風扇)’이라는 한자어와 ‘이(사람)’라는 의존명사가 결합한 ‘허풍선이’라는 말이 있다. ‘허풍선’은 숯불을 불어 피우는 손풀무로서 마치 아코디언처럼 손잡이를 폈다 오므렸다 하며 바람을 내는 기구이다. 이런 허풍선처럼 바람만 일으키며 호언장담(豪言壯談)할 뿐 실천이 없는 사람을 일컬어 ‘허풍선이’라고 한다. ‘술 취한 사람 사촌 집 사 준다’는 속담 속 술 취한 사람에 해당하는 뻥쟁이가 바로 허풍선이인 것이다.

몸이 미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기기에. 恥: 부끄러울 치, 躬:몸 궁, 逮:미칠 체. 24x66㎝.

몸이 미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기기에. 恥: 부끄러울 치, 躬:몸 궁, 逮:미칠 체. 24x66㎝.

말만 앞세울 뿐 몸이 미치지 못함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허풍선이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웃음거리가 될 만한 허풍선이를 ‘우승후보’라는 말에 빗대어 ‘웃음후보’라는 말로 조롱한다고 한다. 내년 총선에서도 실천 능력은 없으면서 말만 앞세우는 입후보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웃음후보가 되고 말 것이다. 실천할 의지나 능력이 없으면 아예 말을 내놓지 않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사는 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