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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식 침체 경고한 월가…“내년 무슨 일 일어날지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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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월가의 거물들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고금리 장기화’가 경제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과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같은 지금의 경제 상황이 1970년대와 비슷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4일(현지시간)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년 6개월 전 내놓은 경제 전망은 100% 틀렸다”고 지적했다. Fed가 지난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예측해 긴축에 늦었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다이먼 회장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세 둔화가 경제에 일으킬 부정적 여파를 중앙은행과 정부가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다이먼 회장은 현재 경제 상황이 지난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재정 지출은 평시(平時) 기준 최고치로 많아졌고,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든 문제를 관리할 정도의 전지전능함을 가졌다고 느끼는 정서를 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다이먼 회장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든, 안 올리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미 국채 수익률이 연 7%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재확인한 셈이다.

1970년대 당시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비용을 충당하려 재정 지출을 늘렸다. 여기에 1·2차 석유 파동으로 유가 급등이 겹치면서 물가가 치솟았다. 존 볼커 Fed 의장의 초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라 1980년대 기준금리는 연 20%까지 높아졌다. 물가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극심한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이날 “(현재 경제 상황이) 나쁜 정책의 시대였던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우리는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퓰리즘과 공급망의 정치화, 미국 정부의 지출·부채 증가 등을 경제 현안으로 꼽았다. 이 요인들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의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핑크 회장은 “전쟁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가 위축되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비관적”이라며, 과도한 정부 부채와 전쟁 등을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도 “중동 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이 세계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고 봤다.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표는 침체 경고음을 울렸다. S&P 글로벌이 집계한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5(속보치)를 기록해 지난달(47.2)보다 낮아졌다. 로이터 전망치인 47.4도 밑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을 빼면 2013년 3월 이후 최저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하는데,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더 위축됐다는 의미다. HCOB는 “유로존 상황이 악화일로”라며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완만히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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