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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세 아이들” 선감학원 암매장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2기 진실화해위가 2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유해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2기 진실화해위가 2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유해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이제 편히 쉬어. 나도 이제 네 생각 조금 덜하니까….” 선감학원 피해자 이모(63)씨는 경기 안산시 선감도 암매장지에서 오열했다. 이곳에서는 25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선감학원 유해 발굴 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이씨는 10살이던 1970년부터 5년간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피해자다. 이씨는 암매장지 구덩이에서 나온 쇠붙이를 보자마자 50여년 전 친구의 물건임을 확신했다. 굶주린 끝에 주운 굴을 까먹으려고 쇠를 갈아 만든 칼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탈출하다 3일 뒤 죽은 채로 바다에 떠밀려온 친구를 내가 묻었는데 어릴 때라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21일부터 선감도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분묘 40여기를 시범 발굴해, 원생 것으로 보이는 치아 210개와 단추 등 유품 27점을 수습했다. 해당 장소는 일제강점기부터 1982년까지 대규모로 아동 인권을 유린한 선감학원 근처 암매장 터로, 탈출하다 익사하거나 영양실조 등으로 죽은 아이들이 묻힌 곳이다. 40년 넘게 지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발굴 작업을 맡은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우종윤 원장은 “약 2400㎡ 면적의 산에 최소 150여구의 유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치아 감식 결과 12~15살에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42년 “태평양전쟁 전사를 확보한다”며 설립한 아동 강제수용소다. 해방 후에도 경기도가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으로 운영했다. 원생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폭력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가 구타와 영양실조로 숨졌고, 탈출을 시도한 834명 중 상당수는 바다에 빠져 숨졌다. 피해자 이씨는 “1972년에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돼서 일주일간 깜깜한 창고에 갇혀 있었다”며 “그 기억 때문에 지금도 불을 켜지 않으면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제출한 원아 대장에 따르면 선감학원 수용 아동 수는 총 4689명이지만, 1982년 7월 경기도청 부녀아동과가 작성한 자료에는 5759명으로 나온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0월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진실화해위가 한시적 기구라서 발굴 작업은 여기까지다. 진실화해위는 작업 권한이 있는 경기도와 행정안전부가 유해 발굴 권고를 1년 넘게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 김진희 조사관은 “누가 암매장을 지휘하거나 명령했는지 책임자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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