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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국가대표… 휠체어육상 윤경찬의 질주

중앙일보

입력

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 3관왕에 오르며 MVP를 수상한 경기도 대표 윤경찬.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 3관왕에 오르며 MVP를 수상한 경기도 대표 윤경찬.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국가대표 윤경찬(31) 선생님의 첫 아시안게임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하지만 패럴림픽을 향한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윤경찬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APG) 육상 남자 T53 100m 결선에서 15초8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종 순위는 6위. 윤경찬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초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스피드가 붙은 선수들에게 추월을 허용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윤경찬은 "연습 때보다 나쁜 최악의 기록이 나왔다. 아쉽고 속상하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돌아가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국가대표급 엘리트 장애인 선수들은 대체로 실업팀 소속이다. 사회적 책임 경영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장애인 선수를 고용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추세다. 지자체에서 선수들을 후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윤경찬은 아니다. 그는 현직 교사다. 한국체육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2017년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지금은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에서 근무중이다.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지도한다. 육상 훈련은 밤과 새벽에 주로 했다.

다행히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 대회에 출전한다. 동료들도 국가대표를 위해 업무를 분담해줬다. 하지만 훈련에만 전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주종목인 100m에서 메달을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윤경찬은 "고정된 시간에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그날 그날 훈련량이 달라진다. 아쉽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감수해야 한다. 함께 근무하는 분들이 응원도 기대도 많이 했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윤경찬은 초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육상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열린 2008 베이징패럴림픽에서 홍석만이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내는 걸 보게 된 게 계기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서기 시작한 건 2년도 되지 않았다.

육상 장애인 국가대표 윤경찬.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육상 장애인 국가대표 윤경찬.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2년 전 장애인학생체전에 출전한 제자들의 인솔교사로 가면서부터 결심했다. 그는 "아이들이 내 원동력이다. 선생님인 내가 휠체어육상 선수로 뛰는 걸 보면 학생들에게도 또 하나의 방향을 보여주게 된다. 좋은 성적을 내면 본보기가 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윤경찬은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 3관왕(100m·200m·400m 계주)에 오르며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종합국제대회에도 출전했다. 컨디션 조절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큰 경험을 쌓았다.

윤경찬의 꿈은 홍석만처럼 최고의 무대인 패럴림픽에 서는 거다. 다만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해 내년 파리패럴림픽 출전은 쉽지 않다. 2028 LA 대회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윤경찬은 "올 겨울을 잘 보내야할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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