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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줄줄이 경고등…한국도 유탄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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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길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곳곳에서 침체 경고등을 켜고 있다. 하반기 경제 반등을 노리고 있는 한국도 세계 경기 침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 연방은행은 “3분기(7~9월) 독일 경제가 축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월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독일은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 이후 2분기에는 0% 성장하며 역성장을 면했지만 3분기 다시 역성장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1일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경제 성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독일 GDP가 0.4% 떨어질 거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 경제 전반이 올해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 유로존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연율로 0.3% 수준이다. 유럽 경제 침체 가능성에 최근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1유로의 가치가 1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경제에 침체 경고등이 켜진 가장 결정적 계기는 고물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코로나19로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식량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자 이를 잡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선 것도 경제 성장 둔화를 불렀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0%였던 유로존 금리는 1년 2개월 만인 지난달 4.5%까지 인상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경제 성적표를 내고 있지만, 누적된 긴축 정책 영향에 4분기부터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기존 주택판매가 380만 대로 올해 전망치보다 6.2%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예상대로면 주택판매 감소량은 30년 이래 최대다.

월가의 주요 인사도 조만간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23일(현지시간)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도 “지방은행의 대학살과 오토론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미국 경제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 경제 침체 전망이 잇따르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3일(현지시간) 연 5% 선에 오른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한때 5.02%를 기록했다. 이후에 아래로 방향을 틀어 4.83%대로 떨어졌다.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0.27%)는 올랐지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58%)와 S&P500지수(-0.17%)는 전장보다 떨어졌다.

세계 경제 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도 코로나19 이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해 GDP 성장률 예측치가 5%대까지 낮아졌다. 향후 중국은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타격이 예상된다. 원래 정부는 하반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과 반도체 업황 회복에 경기 반등을 맞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주요 국가가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반등의 기대감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침체로 전환됐다고 판단한다.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인 것은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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