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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중동 모래바람도 ‘복붙’…네이버, 사우디 디지털 트윈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네이버 채선주 대표(앞줄 왼쪽)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가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뉴스1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네이버 채선주 대표(앞줄 왼쪽)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가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뉴스1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를 3차원 가상공간으로 ‘복붙’(복사하고 붙여넣기)한다. 콘텐트가 아닌 IT 플랫폼을 네이버가 중동에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슨 일이야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국가 차원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향후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를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으로 제작하는 사업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관하는 ‘원팀코리아’(제2 중동 붐 조성을 위한 수주지원단) 일원으로 참여하며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사우디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홉 차례 이상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네이버 본사인 1784에 초청해 설득한 끝에 이번 수주를 이끌어 냈다. 네이버가 2022년 입주한 신사옥 1784은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을 적용하고 고도화하는 테스트 베드이자 기술 쇼룸 역할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네이버가 수주한 계약 규모는 1억 달러(약 135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은 무엇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서울시 모습.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서울시 모습. 사진 네이버랩스

디지털 트윈은 현실과 쌍둥이 격인 가상공간이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요소를 완벽하게 복제해 만든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최신 정보도 바로 업데이트한다. 이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로봇·자율주행차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네이버는 2016년 3차원 지도를 제작하는 매핑(mapping) 로봇 M1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트윈 분야 기술을 축적해왔다. 현재는 항공사진과 모바일 매핑 시스템을 이용해 도시 단위로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는 통합 솔루션 어라이크(ALIKE), 제작에 필요한 로봇(M시리즈 등), GPS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 이미지 분석으로 위치를 판단하는 AI까지 필요한 기술을 전 분야에서 축적했다. 1784에서 돌아 다니는 100여대의 자율주행 로봇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했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주로 쓰는 사물 디지털 트윈과 달리 우리는 도시 단위 디지털 트윈 제작 기술에 집중해 왔다”며 “10㎝ 내외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국내 시장에서 검색 포털로 성장한 네이버는 지난해 최수연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팀네이버’를 강조했다. 콘텐트·커머스·기업간거래(B2B)·로보틱스·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한 자회사들이 한 팀으로 뭉쳐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5년 내 글로벌 10억 명 이용자를 확보해 장차 아마존, 바이두, 알파벳, MS, 텐센트 같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콘텐트 외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던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중동이라는 새로운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메신저·커머스·콘텐트로 아시아·북미·유럽에 진출했고, 이번 중동 지역 IT기술 플랫폼 수출까지 더해 글로벌에 전방위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 IT중동붐 이끌 플랫폼 될까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데 사용하는 로봇. 왼쪽부터 M시리즈, T시리즈, R시리즈.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데 사용하는 로봇. 왼쪽부터 M시리즈, T시리즈, R시리즈. 사진 네이버랩스

IT업계에선 디지털 트윈이 인프라(사회기반시설)이자 플랫폼 성격을 지닌 점에 주목한다. ‘한 번 구축하면 끝’이 아닌, 구축 후 파생 서비스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네이버는 이번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진행한다. 도시 물 관리,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차, AI 지도 등 디지털 트윈에서 가능한 여러 서비스가 네이버 외부 IT 스타트업의 참여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채선주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의 중동 수출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 디지털 트윈, 어디에 쓰나

네이버는 앞으로 5년 간 리야드 등 5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을 제작한다. 사우디는 이를 도시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향후 세울 건축물을 디지털 트윈 내에 세우면 일조량 및 바람길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또 집중 호우 시 침수 지역을 예측해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등의 작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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