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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우주 인터넷 시대’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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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아직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처럼 영토가 광활한 국가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모든 곳에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항공기와 선박에서 인터넷 속도는 너무 느리면서도 비용이 적지 않다.

2030년대에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시대’에는 지상망과 비지상망이 융합된 하나의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모든 공간에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쟁과 자연재난으로 생존 가능성을 위협받는 지상망과 달리 위성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통신 연결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지상·비지상망 연결 ‘6G’ 눈앞
스타링크·원웹 등 경쟁 뜨거워
저궤도 통신망 구축 서둘러야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무수히 많은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 지구 어느 곳에서도 LTE급 접속이 가능한 초고속 우주 인터넷 시대는 이미 열렸다. 이는 자본·기술·시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자 화성에 인간이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회장의 원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머스크 회장의 스페이스X는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 기술을 통해 위성망 구축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혁신을 주도했다. 이 업체는 위성 5000여 기로 구축한 스타링크(Starlink)를 통해 세계 45개국, 200만 명 가입자를 확보했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그 위력과 전략적 위상을 이미 입증했다.

영국 정부가 참여하는 원웹(OneWeb)은 올해 본격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링크와 원웹은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최근 2기의 테스트 위성을 발사했다. 향후 몇 년 내에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스타링크·원웹 등 해외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6G 시대를 앞두고 저궤도 위성통신망의 전략적 위상과 산업적 비중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 6G 시대에는 다양한 공간의 자율주행체에 대한 관제와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이 가능해지기에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런 기술적 파급 효과를 간파한 한국 정부와 산업계도 대응책을 논의하고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확보와 생태계 조성을 고민해왔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차례 탈락해 올해 재도전 중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규모 투자의 효용성만 따지는 인식의 문제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의 완벽한 지상망을 이미 구축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저궤도 위성통신망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 우세하다. 하지만 수천 개의 저궤도 위성군이 조만간 세계를 커버하는 하나의 거대한 통신망을 구축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로 한국의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이자 도전의 출발이 될 것이다.

한국만의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 전략은 무엇인가. 세계로 수출되는 우리 방위산업 시스템의 신경망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가 전 세계로 거미줄처럼 파고드는 콘텐트 전달 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강국의 산업 생태계와 대체불가 K콘텐트의 저력을 결집한 범국가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한 저궤도 위성통신 시범망을 구축해 활용성을 검증하고, 민·군 겸용 독자 위성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 주도의 다국적 공동망으로 확장하고, 이를 위한 국제 협력체 결성을 추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리더십과 공급망을 주도하기 위한 선제적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에 필요한 연구·개발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정부 주도의 국산 전전자 교환기(TDX) 개발이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의 기틀이 됐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으로 가능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게 됐다.

미래의 변화는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인의 손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초고속 우주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함께 우리는 이제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