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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사우디 경제협력,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지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와 함께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와 함께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국빈 방문, 지난해 39조 이어 21조 투자 협약

중국 의존도 줄이며 고유가·저성장 돌파의 계기 삼아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을 계기로 21조원(156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체결한 39조원(290억 달러)의 투자 양해각서(MOU)와는 별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답방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인프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그리고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협력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성과를 내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급변하는 중동 정세 속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이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의 협력을 끌어낸 건 평가할 만하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한국석유공사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공동 비축 계약을 맺고, 2028년까지 울산 비축기지에 원유를 저장·판매한다. 한국은 5년의 임대기간 대여 수입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등 유사시에 국내 비축된 아람코 원유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대로 사우디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기름만 사오는 산유국이 아니다. 50년 전 건설 중심의 중동 특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중동은 우리에겐 늘 기회의 땅이었다. 특히 미-중 패권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속에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대중동 수출액만큼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4박6일간의 이번 사우디와 카타르 국빈 방문은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 순방지였던 아랍에미리트(UAE) 때처럼 세일즈 외교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당시보다 훨씬 큰 규모인 139개사의 경제사절단을 꾸린 것도 이런 이유다. 윤 대통령은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이뤄진 현대차의 사우디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 등 가시화한 성과 이외에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총 675조원(5000억 달러)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에 한국 기업 참여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잊지 않았다. 또 사우디 왕국의 기원인 디리야 유적지를 방문해 27조원(200억 달러)에 달하는 ‘디리야 게이트’ 개발 사업도 논의했다.

사우디는 석유 고갈에 대비한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관심이 많다.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발전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관련 산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이 기회를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는 재도약의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