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감원 이례적 포토라인…김범수 혐의 확정 땐 카뱅 팔릴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및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 포토라인…주가조작 질문엔 묵묵부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3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창업자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사에 변호인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60여명의 취재진을 본 김 창업자는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취재진 질문에 말을 아끼던 김 창업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한 금감원 직원은 “금감원에 포토라인이 설치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2400억원으로 하이브 공개매수 방해”

특사경은 카카오 임직원들이 SM엔터 인수과정에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카카오 측과 특수관계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영사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개입된 정황을 살펴보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자신과 동일한 등록 주소를 가진 ‘헬리오스 1호 유한회사’와 함께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약 800억 원(2.9%)의 SM엔터 지분을 매집했다. 이때가 공교롭게도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려던 기간이었다. 주가가 13만6000원까지 뛰면서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경영권 인수도 포기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1년 카카오 골프사업 계열사인 카카오VX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카카오와 수차례 거래해 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카카오와 이들이 특수관계라고 보고 함께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도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시세조정이 아니라 정당한 장내 주식 매수였다”는 입장이다.

‘오른팔’ 구속, 문자 확보에…칼끝 김범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수사가 탄력을 받은 것은 지난 19일 김 창업자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다. 다른 주요 실무자들의 범죄 혐의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수사 초점은 김 창업자로 옮겨갔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8월 김 창업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실무진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낸 내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나온 물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김 창업자 개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번 출석도 이를 위해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금감원 특사경은 김 창업자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다만, 김 창업자는 이날 조사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처벌시 지분 팔수도…신사업도 제동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김 창업자에 대한 수사와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는 대주주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인 카카오가 해당 조항에 위배되지 않은 지 확인하고, 위배되면 지분을 10% 이하로 줄이도록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카카오가 10% 초과 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공개매각 해야 한다.

만약 카카오 대주주인 김 창업자와 카카오 임직원의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되고, 양벌규정(경영진 및 관련자 법률 위반으로 법인도 함께 처벌받는 규정)으로 카카오까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김범수 개인이 아니라 카카오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카카오까지 처벌하는지 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이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카카오뱅크 지배권뿐 아니라 향후 금융 신사업 진출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업을 인가할 때는 인터넷 은행과 유사한 대주주 적격성 조건을 걸어두는데, 혐의가 확정되면 이와 관련한 신사업 진출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 창업자 출석 여파로 전 거래일 대비 1100원(2.82%) 내린 3만795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도 850원(3.90%) 내린 2만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