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중동 최대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간 투자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신도시 건설과 자동차·에너지·정보통신·식품 등 주요 산업이 포함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2일(현지시간) 사우디 투자부와 공동으로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양국을 대표하는 경제인 400여 명이 총출동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허태수 GS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를 비롯해 SABIC, STC, 아람코, 마덴 등 사우디 측 인사 270여 명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손을 맞잡으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당일에만 46건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이 체결됐다. 금액으로 총 156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건설 플랜트와 수소, 전기차, 바이오, 인공지능(AI)·로봇,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를 걸쳐서다. 향후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네옴시티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계약을 맺고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자동차 조립 합작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PIF와 함께 5억 달러(약 68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동에 첫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으로, 향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자동차 수출 기지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이날 체결식에는 윤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 등이 나와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현지 기업과 손잡고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도 조성한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현대차는 사우디 버스 운송업체와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 서비스와 인적 자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원유 중심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수소차·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K-푸드도 중동으로 간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SPC는 이날 현지 유력 기업인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MOU를 맺고 합작 법인을 설립, 2033년까지 사우디·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중동·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농심과 사우디 그린하우스는 스마트팜 구축 사업에 합의했다.
한국전력·포스코·롯데케미칼은 아람코와 블루암모니아 생산협력 협약을 맺었다. 네이버는 사우디 정부의 디지털 전환 관련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며, 삼성물산은 PIF와 45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네옴 옥사곤 모듈러 시장 공장 투자 관련 협약서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