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홍삼, 약물중독 의존성·금단증상 개선 효과 규명 … 천연물 ‘중독 치료제’ 가능성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인터뷰 오세관 이화여대 의과대학 분자의과학 교수

홍삼, 청나라 때 아편 치료제 각광
주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h2Rg3
동물실험서 금단 증상 억제 확인

홍삼의 효능은 어디까지일까.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로서 홍삼이 가진 기능성만 해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 건강 등 다양하다. 개별인정형 원료까지 확대하면 전립샘 건강 유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예방까지 포함된다. 현재도 새로운 홍삼의 기능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화여대 의과대학 분자의과학 오세관(사진) 교수가 최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홍삼이 약물중독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크게 줄이고 금단증후군을 개선한다는 것을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오세관 교수에게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홍삼이 약물중독에도 효과가 있다니 다소 의외다.
“사실 홍삼은 19세기 청나라에 아편 중독자가 늘어났을 때 아편중독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아편 중독자가 늘어나던 시기에 조선홍삼의 수출량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인은 우리의 홍삼이 아편 해독에 효능이 뛰어나다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당시 호광총독이었던 임칙서가 아편 몰수 조치를 취하면서 아편을 끊도록 하는 약방(藥方)을 만들어 공포했는데, 이 약방으로 홍삼을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결과가 나왔나.
“우선 약물중독의 신체적 의존성을 측정하기 위해서 40마리의 쥐에게 모르핀만 투여한 그룹, 홍삼 추출물 섭취 후 모르핀을 투여한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은 양을 투여했다. 체중 ㎏당 모르핀은 10㎎, 홍삼 추출물은 250㎎으로 설정했다. 그렇게 일주일간 모르핀 금단증후군을 유발한 후 모르핀 신체적 의존성 형성 마커인 마우스 도약행동을 30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모르핀만 투여한 그룹은 도약 행동이 40회였던 반면, 홍삼 추출물 섭취군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또 정신적 의존성을 평가하기 위해 조건장소선호도시험을 진행했다. 조건장소선호도시험은 실험군이 선호하는 장소에 머무르도록 하는 실험으로, 약물에 중독되면 싫어하는 조건의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머무르는 경향, 즉 의존성을 보인다. 시험 결과, 홍삼 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의 조건장소선호도 점수는 모르핀만 투여한 그룹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점수가 낮을수록 약물중독으로 인한 심리적 의존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홍삼 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의 경우 모르핀 중독으로 인한 간 글루타치온 수치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 글루타치온은 간의 해독에 관여하는데, 모르핀만 투여한 그룹 대비 90%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홍삼의 어떤 성분 때문인가.
“홍삼의 주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h2 성분이 모르핀에 중독된 쥐의 특이행동인 치아 떨림을 억제하고 Rg3 성분이 그루밍, 몸털기 등 금단 증상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모르핀에 중독되면 대뇌피질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하는데 이를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마약의 문턱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더 의미 있는 연구결과인 것 같다.
“실제로 최근에 약물중독 환자 수가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가 1만1735건에 달하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나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10~20대 마약 중독 치료자 수는 최근 5년간 약 50% 늘었다고 한다. 얼마나 약물중독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그리고 이 증가세는 더 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약물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아직 뚜렷한 치료제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더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약물중독 치료제 가능성도 있을까.
“홍삼을 지속해서 섭취하면 약물중독 의존성을 억제하고 금단증후군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부작용 없는 천연물 중독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