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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어치 필로폰 압수…추방된 조선족이 한국서 활개친 수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친인척과 고향 지인들을 동원해 국내에 필로폰을 대량 유통시킨 조선족 범죄 조직이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에서 마약을 밀수해 이를 국내에 유통시킨 일당과 투약자 등 3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9㎏(30만명 투약분, 300억 상당)도 압수했다.

마약유통 조직의 정점으로 지목된 건 중국 국적의 조선족 총책 A씨(42)다. 경찰은 A씨가 2019년 4월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중국으로 강제 추방된 직후 조직을 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아내 B씨(49·자금관리책)와 고향 친구 C씨(40·창고지기), 조카 D씨(35·유통책) 등 가까운 사람들을 핵심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는 대량의 마약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6개국(캄보디아·나이지리아·태국·미국·중국·필리핀) 밀수 총책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수사는 지난해 12월 조선족 판매책들이 수도권 일대에 필로폰을 대량 유통하고 있다는 첩보로 시작됐다. 3월 운반책과 중간유통책을 검거한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총책 A씨의 조카 D씨를 붙잡았다. 이어 4월에는 A씨의 고향친구이자 창고지기인 C씨를 검거했다. C씨의 자택에선 필로폰 7.8㎏을 압수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2일 친인척과 고향 지인들을 동원해 국내에 필로폰을 대량 유통시킨 조선족 유통 조직과 투약자 등 3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창고지기로 밝혀진 총책 A(42)씨의 고향 친구가 관리책에게 필로폰을 건네는 모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2일 친인척과 고향 지인들을 동원해 국내에 필로폰을 대량 유통시킨 조선족 유통 조직과 투약자 등 3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창고지기로 밝혀진 총책 A(42)씨의 고향 친구가 관리책에게 필로폰을 건네는 모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8월에는 A씨의 부인 B씨 역시 수원 중부경찰서에서 검거됐다.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중국 총책 박모(35)씨로부터 필로폰 1㎏ 판매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이들을 쫓던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조직과 지난 4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중국 총책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A씨의 신병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조직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인척 등을 중심으로 핵심 인원을 구성했다”며 “A씨를 제외한 국내에 있는 유통책들은 모두 검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약 유통을 목적으로 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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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국내 마약 가격이 미국·태국 등 마약 수출국에 비해 여전히 비싼 만큼, 밀수·대량유통을 벌이는 조직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국내 밀수입 시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 법 집행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아직 검거되지 않은 피의자들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하고 엄중하게 사법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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