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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 트와이스 지효 닮고 싶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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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09면

글로벌 K팝 4.0 현지화 넘어 토착화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선 하드코어 힙합 컨셉트에 걸크러시 매력을 더한 새 노래 ‘뱅’을 부르는 4인조 걸그룹이 유독 눈에 띄었다. 빼어난 외모에 세련된 의상을 입고 블랙핑크 풍 신곡에 칼군무까지 빈틈없이 소화하니 얼핏 K팝 아이돌 중 하나로 보이지만, 잘 들어보면 낯선 외국어가 섞인 노랫말에 살짝 에스닉한 선율이 입혀졌다.

최신 K팝 ‘스모크’ ‘칠리’ 챌린지도 척척

지난달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에 출연한 스타비. [사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지난달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에 출연한 스타비. [사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 ‘K인니팝’ 걸그룹 스타비의 무대였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3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에 연수팀으로 선정돼 지난 8월부터 K팝 트레이닝을 받으며 탄생한 신곡으로, 같은 날 공개된 뮤직비디오도 단숨에 조회수 20만뷰를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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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댄스 스튜디오에선 스타비의 아벨(21)·케지아(21)·셸라(21)·첼시(19)가 에일리의 신곡 ‘라타타’ 안무를 배우고 있었다. 매주 1회씩 현업 댄서에게 레슨을 받고 챌린지 동영상 콘텐트를 찍는데, 지난주까지 스우파의 ‘스모크’ ‘칠리’ 등을 찍었단다. 거울 앞에서 강사가 별다른 설명 없이 카운트를 세며 동작을 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숙지를 한다. 레슨 후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비롯해 그동안 배운 안무들을 척척 시연해 보이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웃으며 춤추는 모습이 트레이닝이라기보다 그저 즐기는 것 같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힘들어도 재미있다. 많은 글로벌 시청자가 우리를 볼 생각을 하면 두근두근한다”(첼시)고 꽤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답한다. 리더인 메인 댄서 아벨은 카리스마가 넘쳤고, 블랙핑크의 지수를 닮은 래퍼 케지아와 제니가 롤모델이라는 막내 첼시는 애교 넘치는 캐릭터, 트와이스의 지효를 좋아한다는 메인 보컬 셸라는 조용해 보였다.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한국에 어떤 목표를 갖고 왔나.
첼시: “K팝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우리가 가진 매력 포인트도 있다고 생각한다. 의상이나 음악적인 면에서도 인도네시아적 요소를 오히려 글로벌하게 노출시키고 한국인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싶은 목적도 있다.”
K팝 트레이닝은 많이 다르던가.
아벨: “일단 연습량부터 다르다. 댄스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하루 3~4시간을 연습했다면 한국에선 8시간까지 하드 트레이닝을 한다. 우리는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해왔는데, 여기서는 배운 것을 토대로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하는 것도 다르다.”
첼시: “내 스타일을 넣으라고 하는 것이 신기하고 새로우면서도 좋았다. 동작만 따라하는 게 아니라 표정과 자기 매력을 댄스 동작 안에 녹여내는 게 K팝스러운 장점인 것 같다.”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트레이닝 중 한국어 가사 발음이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간단한 한국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오자마자 한아리(아벨)·김지아(케지아)·신세라(셸라)·강채린(첼시)이라는 한국 이름도 지었다. 한국어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K드라마와 K팝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학했다며 각자 BTS의 뷔, 정국, 진, 엑소의 카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한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
케지아: “크레이지하다. K팝 노래방이 따로 있고, K팝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있다. 클럽에도 K팝 데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어딜 가나 K팝 이벤트가 있다.”
셸라: “K팝 아이돌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하고 싶어 K뷰티 튜토리얼 비디오를 보고 배우는 사람도 많다. 이번에 ‘뱅’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현지 팬들이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로 예뻐졌다고 칭찬 댓글을 많이 달아줬다.”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이들이 아이돌이 된 계기도 K팝의 영향이 크다. 인터뷰에 동석한 소속사 프로엠의 니다 가이파 대표도 아이돌을 꿈꾸며 K팝을 공부했었는데,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줄 인재를 모은 것이 지금의 스타비란다.

어떻게 아이돌이 됐나.
셸라: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케지아가 원래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데 K팝 커버댄스를 같이 해보자고 했고, 니다의 오디션에 뽑혀 아이돌이 됐다.”
케지아: “전에는 인도네시아에 걸그룹 개념이 거의 없었다. K팝 한류가 커지면서 우리가 모였고, 그후 다른 걸그룹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도 아이돌 문화가 생겼는데, 선두주자인 우리가 한국에서 기회를 얻었으니 좋은 모델이 되고 싶다.”
첼시: “나는 K팝 커버그룹에서 레드벨벳의 아이린 역할을 하다가 니다에게 포착돼서 합류하게 됐다.”
아벨: “나는 올림픽을 준비하던 힙합 댄서였는데, 댄스 스튜디오에서 니다를 만났다. 오디션을 보면서 K팝에 애정이 생기고 관심이 커져 지금은 내가 리더를 맡고 있다.”

한국 이름 한아리·김지아·신세라·강채린

스타비는 이번 프로젝트로 상당한 글로벌 인지도를 얻었다. 전세계에 송출된 아시아송 페스티벌 데뷔 이후 한국 방송 출연과 각종 페스티벌 축하공연에 초청되고 있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의 인기도 더 높아졌다. 최근엔 구글 측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틱톡 크리에이터 어워즈 후보에도 오르는 등,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연수 효과를 체감하고 있나.
아벨: “SNS 채널에서 글로벌 팬덤도 많이 늘고, 전혀 없었던 한국인들의 반응도 생겨 신기하고 고맙다.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섭외도 많이 들어오는데 우리에게 K팝이 더해져서 초청받는 것 같다. ‘뱅’이 론칭되자마자 틱톡 크리에이터 어워즈 후보에 오른 걸 보면 K팝의 힘이 확실하다.”
K팝은 팬덤의 역할이 큰데,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케지아: “우리 팬덤인 스카이비를 위한 그룹 채팅방에서 소통하고 있다. 엊그제 아벨 생일에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생일파티까지 같이 했다. 팬들은 우리가 한국에 와서 성장하는 걸 보면서 기뻐하고 대견해 한다.”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도움이 됐나.
아벨: “일단 한국에 와서 K팝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임팩트가 크다. 우리 팬덤과 아이돌 네트워크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송 페스티벌도 우리에겐 꿈이 이뤄진 자리였다. 글로벌 시청자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꿈이 있다면.
케지아: “아직 스타비 단독 콘서트를 해본 적이 없다. 블랙핑크처럼 자국에서 시작해 세계를 도는 월드투어 콘서트를 하는 게 꿈이다.”
아벨: “이번에 틱톡 어워즈 후보에 올랐지만, 또 다른 많은 글로벌 어워즈 후보에 오르고 상도 받는 걸그룹이 되고 싶다.”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 아시아권 아이돌 뽑아 4개월 K팝 트레이닝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K팝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 최영재 기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이 주관하는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Grow Together)’은 대중문화 산업 기반 교류를 통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권 아이돌을 선발해 4개월간의 체계적인 K팝 트레이닝과 매니지먼트를 통해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한국 문화도 홍보하는 컨셉트로,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진출하는 게 아니라 상생을 도모하는 ‘윈-윈’ 모델이다.

2021년 베트남 보이그룹 슈퍼 브이와 걸그룹 오투오 걸 밴드, 2022년 태국 걸그룹 로즈베리에 이어 3년차인 올해는 한·인니 수교 50주년을 맞아 인도네시아 대표 걸그룹 스타비가 선정됐다. 스타비는 2019년 데뷔 이후 ‘Time to Fly’라는 곡으로 뮤직비디오 조회수 400만 뷰를 기록했고, 다른 곡들의 뮤직비디오도 평균 1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동남아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카이비’라는 강력한 현지 팬덤이 있고, 지난해 인도네시아 뮤직 어워즈의 베스트 보컬 그룹 후보에도 올랐던 실력자들이다.

이들은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 참여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의 블랙핑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K팝과 현지 스타일을 결합한 ‘K인니팝’의 개척자를 자처하고 있는데,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뱅’이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교류를 통해 탄생한 ‘K인니팝’의 첫 사례인 셈이다. ‘뱅’은 한국인 음악감독과 인도네시아 프로듀서가 협업해 인도네시아 팝 스타일의 멜로디를 적절히 섞었고, 멤버들도 각자 작사 작곡 능력을 살려 수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스타일을 담았다. 뮤직비디오에도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국기 이미지를 세련되게 교차시키고 조명과 소품으로 인도네시아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음원과 뮤직비디오, 한국 인플루언서 협업 콘텐트, 한국문화 체험 콘텐트 등을 제작해 전 세계로 송출하는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연수 프로그램의 핵심인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 데뷔 직후엔 여러 협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인니 수교 50주년 기념 행사에도 대표가수로 초청받아 축하공연을 했다. ‘K팝 연수돌’로 SNS에서도 유명해진 스타비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앙SUNDAY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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