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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던 그날 이후 1년,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기록[BOOK]

중앙일보

입력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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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김초롱 지음
아몬드

생존자. 죽음으로 내딛지 않고 살아는 남았으나, 죽음에 가장 가까웠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있던 김초롱씨도 이렇게 불렸다. 참사 지점 코앞까지 밀려 숨이 막힐 뻔했지만, 몇 발자국 차이로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그는 참사 직후 심리 상담사에게 자신이 생존자냐고 물었다. 믿기지 않는 현실과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15일 서울 용산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15일 서울 용산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참사 뒤 겪은 후유증과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온 여정을 담은 책이다. 극도의 무기력으로 집을 쓰레기장처럼 방치하거나, 기억을 잃고 자주 갔던 길을 헤맨 경험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상담사와의 대화, 친구가 보내온 편지, 참사 희생자 가족과의 인터뷰 등을 공유하며, 죽음을 목격한 고통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춘다. 자신의 기록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땔감이 되고, 비슷한 고통을 가진 사람에게 힘이 되길 바라면서.

지금도 그에겐 상흔이 남아있다. 사람을 마주하는 게 힘들고, 공공장소에선 공황 증세를 겪는다. 하지만 그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며 아기에게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속옷을 다리며 일상을 추스른다. 그가 분투하며 치유해나가는 과정은 각기 다른 모양의 고통을 안고 사는 많은 이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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