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역대 황제급 인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요리, 난자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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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완스. 바이두바이커

난자완스. 바이두바이커

난자완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중국 음식이다. 돼지고기 등을 다져 뭉친 후 기름에 지지거나 튀겨 청경채 등의 채소와 함께 소스를 부어 먹는다. 바꿔 말하면 중국식 미트볼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중국 음식은 이름을 보면 재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성격과 특성을 알 수 있다. 난자완스도 마찬가지지만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난자완스라고 하지만 중국어는 난젠완즈, 한자는 남전환자(南煎丸子)라고 쓴다. 환자(丸子)는 완자라는 뜻이니 영어로는 미트볼(meatball)이다. 남녘 남(南) 지질 전(煎)자를 쓰는 난자, 즉 남전(南煎)은 남쪽 방식으로 지졌다는 말이니 곧 남방식으로 조리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한테도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탕수육처럼 자주 먹는 요리는 아닌 이 난자완스, 알고 보면 엄청나다. 중국 고대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름께나 알려진 인물들 상당수가 관련돼 있다.

먼저 남방식으로 요리한 완자라고 했지만 사실 난자완스는 북방의 산동요리, 그것도 공자 가문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공자의 고향은 산동성 곡부(曲阜)로 이곳에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공자묘, 즉 문묘(文廟)가 있다. 통치이념으로 유학을 중시했던 중국에서는 역대 황제들이 수시로 대신을 거느리고 문묘를 찾았는데 공자 가문에서 황제 일행을 대접했던 요리, 그리고 그 상차림이 공부연(孔府宴)이다.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유명한 연회상으로 난자완스는 이 잔칫상에 올랐던 요리 중 하나다.

황제가 산동성 곡부에서 즐겼던 요리상이었으니 공부연에 차려진 요리 중 다수는 북경으로도 전해져 궁중요리, 그리고 북경요리로 발전했고 여기에는 난자완스도 포함됐다. 그래서 생겨난 소문도 있다.

공부연과 함께 역사상 유명한 잔칫상이 만한전석(滿漢全席)이다. 흔히 알려지기로 청나라 황제가 지배층인 만주족 출신의 황족과 귀족, 그리고 피지배층이지만 관리계층인 한족 출신 관료들의 화합과 단결을 다지기 위해 차렸던 잔치요리라고 한다. 만주족 요리와 한족 요리가 반반씩, 모두 275가지 요리가 나와 만주 귀족과 한족 관리들이 밤낮으로 먹고 마시며 즐겼다고 하는데 이중에서 난자완스는 100번째로 나온 요리였다고 한다.

여기서 팩트 체크를 하자면 만한전석이라는 연회상이 있기는 했지만 실체는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르고 상당부분 왜곡되어 잘못 알려져 있다. 난자완스가 만한전석의 100번째 요리라는 말도 실은 우리 판소리와 비슷한, 중국의 만담인 상성(相聲)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다만 청나라 말 북경에서는 난자완스가 만한전석에 나오는 황제의 요리라고 소문날 정도로 유행했다고 한다.

난자완스는 이래저래 중국 황제와 관련이 많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예전 중국에서는 완자를 기름에 지지기 좋게 둥근 공모양이 아닌 우리나라 동그랑땡처럼 납작하게 빚었다고 한다.

이렇게 빚은 데는 배경이 있으니 청나라 멸망 후 중화제국 황제를 자칭했던 원세개(袁世凱)와 관련이 있다.

스스로 황제를 칭하기 전부터 오만방자해 황제 못지않게 위세를 부렸던 원세개였기에 주변 인물들도 미리부터 알아서 기었다. 북양 총독 시절, 총독 관청이 주최하는 연회를 맡은 요리사가 난자완스를 만들었는데 보통의 둥근 완자와는 달리 위아래를 눌러 납작하게 빚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전통적인 피휘(避諱) 문화 때문이었다. 피휘란 임금이나 집안 어른 등 높은 사람의 이름과 같은 글자를 쓰는 것은 불경스럽다하여 피하는 문화다. 원세개의 원(袁)과 완자의 둥근 원(圓)이 발음이 같으니 혹시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완자를 납작하게 빚었다는 것이다. 사실일리 없겠지만 어쨌든 중국인들에게도 원세개의 위세는 대단했고 난자완스 또한 여전히 황제급 음식으로 소문났던 모양이다.

난자완스를 남방식으로 조리한 완자요리라고 했는데 그러면 오리지날 완자는 어떤 요리일까?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일각에서는 진짜 남쪽, 즉 강남인 강소성 중심의 회양요리(淮揚菜)인 사자머리(獅子頭) 완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먹만한 크키의 돼지고기 완자 스즈터우. 셔터스톡

주먹만한 크키의 돼지고기 완자 스즈터우. 셔터스톡

보통 주먹만한 크기의 돼지고기 완자인 사자머리는 6세기 후반 수양제가 지금의 강소성 양주를 찾았을 때 그 원조가 되는 고기완자를 먹어보고는 그 맛에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뿌리가 꽤 깊은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이 고기 완자 또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황제급 음식이었던 것은 난자완스와 닮았다. 이를 테면 수양제는 물론 현대에도 모택동 시절에 2인자로 총리를 지냈던 주은래가 좋아했든 음식이라고 하고 1992년 한중 수교 때의 만찬을 비롯해 외국 국가원수들의 초청 연회인 국빈연(國賓宴) 상차림에도 자주 올려졌던 요리다.

난자완스, 그저그런 중국요리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양한 황제급 인물들이 얽혀 있는 진미였다니 새삼 각별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날도 특별한 사람과 함께 하면 특별한 날이 된다는데 음식도 그런 모양이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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