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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디캐프리오, 악당 만들었다…아직도 목 마른 80대 거장

중앙일보

입력

지난 16일(현지시간) 최신작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시사회에 참석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EPA=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최신작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시사회에 참석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EPA=연합뉴스

마틴 스코세이지는 그 자신이 이미 브랜드다. 1942년생으로 81세인 스코세이지 감독은 60년 간 극영화 27편, 다큐멘터리를 16편 찍었다.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부터 프랑스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도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영화를 할 때마다 이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게재한 인터뷰 기사에서다.

WSJ는 그의 최신작인 '플라워 킬링 문(원제: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계기로 뉴욕 맨해튼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는 백인과 소수인종을 둘러싼 돈과 애증의 드라마를 그린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여러 페르소나 중 한 명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영화를 볼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다음 문장은 읽지 말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시길.) 그는 WSJ에 "원래 시나리오에서 디캐프리오는 영웅이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보니 악당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오른쪽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AP=연합뉴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오른쪽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AP=연합뉴스

시나리오가 촬영 현장에서 뒤바뀌는 일은 그에겐 흔한 일이라고 한다. 그는 WSJ에 "현실에선 무슨 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지 않나"라며 "촬영 현장 역시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매번 (촬영에서)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어떻게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을지, 새로운 뭔가를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며 "그냥 영화를 촬영하는 거에 대해서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무슨 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인생과 그의 영화는 닮은꼴이다.

한계를 시험하는 이와 동행한다는 건 보람은 있어도 쉽지는 않다. 그는 WSJ에 "(감독의 일 중 하나는) 배우들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감독이 된 연원은 그의 어린 시절과도 맞닿아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뉴욕에서 성장한 그는 마피아의 피와 성모 마리아를 향한 믿음이 공존하는 현실을 보며 자랐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한 사람의 다층적인 면을 목도한 경험은 그의 영화 철학의 사실주의적인 면으로 발견된다. 그의 영화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식의 엔딩이 없는 까닭이다. WSJ 역시 그의 영화에 대해 "(자본주의 탐욕을 그린)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선 도덕적 타락을 파고들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선 종교의 다양한 층위를 탐구해냈다"며 "스코세이지는 어떤 의미에선 연구를 멈추지 않는 영원한 학생인 셈"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중앙포토]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중앙포토]

그는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편집일부터 먼저 시작했다. 이후 감독으로 데뷔해 1976년작인 '택시 드라이버'로 인기와 명성을 손에 넣었다. 모든 영화가 잘 된 건 아니다. 1977년 작 '뉴욕 뉴욕'은 실패작으로 통한다. WSJ는 "이후 그는 우울증과 여러 질병을 앓았다"고 전했다. 그는 WSJ에 "결국 다 이겨냈다는 게 행운같다"며 "다시 정신을 차린 뒤 '분노의 주먹'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실존 프로 권투선수인 제이크 라모타를 다룬 이 영화의 영감을 준 건 그의 원조 페르소나이자 뮤즈 격인 로버트 드니로였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선 티베트를 다룬 '쿤둔' 등 영적인, 다소 낯선 영역에 진입하는데, 이에 대해 그의 오랜 동업자인 캐스팅 디렉터 엘렌 루이스는 "스코세이지의 끝없는 탐구심과 영적인 것에 대한 공감, 인생의 괴로움에 대한 철학 등이 낳은 결과"라고 풀이했다. 박스오피스에선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던 작품들이다. 그의 슬럼프 시기로도 통한다. 그러나 거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근작 '아이리시 맨' 등으로 건재를 알렸다. 그는 WSJ에 "영감이 메마른 것 같은 때가 있는데 그건 정말 두려운 일이다"라며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AFP=연합뉴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AFP=연합뉴스

그가 아직도 영감을 희구한다는 것은 80대라는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특별하다. 작가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프랜 레보위츠는 WSJ에 "예술가뿐 아니라 그 누구든 그 나이가 되면 예전과 같이 활동하지는 않는데 마틴의 경우는 다르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 역시 자신의 작업에 불만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 작품이 '택시 드라이버'라고. 레보위츠는 WSJ에 "마틴이 내게 '그 영화에 잘못된 게 있다'라며, 붉은색 계열이 잘못 들어간 건데, 제작사에서 비용 절감을 하라며 (보정할) 비용을 대주지 않았거든'이라고 하더라"며 "그 영화는 틀렸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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