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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부부의 법카 의혹조차 “별것 아니다”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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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당 도지사가 “김혜경씨 유용 의혹 수사의뢰” 고백

제보자도 실명 공개, 이재명 부부가 진솔히 해명할 때

“기각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스스로 했던 얘기다. 그의 말마따나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은 그의 범죄 혐의들이 소멸된 게 아니라 재판 때까지 미뤄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10개 안팎에 달한다는 이 대표의 온갖 의혹들이 한 방에 일소됐고,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경’이라는 분위기다. ‘영장 기각’의 해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과하지 않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그제 국정감사장에서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61건에서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지사 자리를 이어받은 인사다. 그런데도 자체 감사 결과 법카 불법 사용 의혹이 워낙 많이 나오니 더는 감출 수 없다고 봐 국감에서 공개했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두 달간 조사 끝에 이 대표가 김씨의 법카 유용을 알고도 묵인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0일 대검에 수사를 요청했다. 게다가 법카 유용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전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도 18일 “이 대표와 김씨가 해 온 일은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스스로 공개했다. 이 대표가 민형사 소송을 걸어도 방어할 자신이 있을 만큼 증거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 조씨가 이런 행동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어이없는 것은 민주당의 대응이다. 조씨를 국정감사에 출석시키기로 여당과 합의해 놓고 돌연 무산시켰다. 또 이 대표 강성 지지층 ‘개딸’들은 김동연 지사에게 “내부 총질하는 배신자”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법카 사용 의혹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당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윤리마저 찾아보기 힘든 태도다.

이번 의혹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김혜경씨는 측근 공무원 배모씨를 통해 이 대표의 법인카드로 샌드위치·초밥·한우값을 결제·배달시켰고, 이 대표는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휴일에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평일에 법인카드로 바꿔치기하거나 아들 퇴원 수속 같은 사적인 일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등 꼼수와 갑질을 일삼은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기소된 배모씨는 지난 8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경기도와 권익위의 수사 의뢰에 이어 공익제보자까지 신원을 공개하며 수사를 촉구한 만큼 검경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 대표 부부도 제대로 답해야 할 때다. 자신들 말대로 죄가 없다면 오히려 그걸 국민 앞에서 입증할 기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