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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기 눈앞서 아이언돔 요격 목격…로켓 사정거리 벗어나서야 안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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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지난 13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 KC-330 조종사 박종현 소령이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지난 13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 KC-330 조종사 박종현 소령이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우리를 보며 ‘한국이 부럽다, 멋지다’고 하더군요.”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에 체류하던 국민 수송 지원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한 안효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대령)은 임무 수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한 외국인 얘기를 꼽았다. 텔아비브 근교 벤구리온 공항에 동양인 군 조종사가 등장하자 신기해하며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안 대령은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으로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돌이켰다.

이번 수송 지원에 참여한 장병들은 완벽했던 임무 수행 과정을 떠올리며 자부심을 되새겼다. 공군에 따르면, 지난 12일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투입이 결정된 직후 베테랑 위주로 지원팀을 꾸렸다. 24시간 내 출발을 목표로 움직인 이들은 13일 정오쯤 김해공항을 떠나 14일 오후 10시 45분쯤 한국인 163명, 일본인 51명, 싱가포르인 6명 등 220명을 태우고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선임 조종사 안병수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비행대장(소령)은 “탑승하는 분들의 벅찬 표정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는 태극기 그림 선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해공항 출발 전 대원들에게 당부 사항을 전하는 안효삼 대령. [뉴스1]

김해공항 출발 전 대원들에게 당부 사항을 전하는 안효삼 대령. [뉴스1]

장병들은 일본과 싱가포르 측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데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가용좌석 230여석 중 탑승 희망 한국인을 배정하고도 좌석이 남아 인도적 차원에서 일본 등에 탑승을 제안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미즈시마 고이치 주이스라엘 일본 대사는 한국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 대령은 “일본 탑승객 중 산모가 있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휠체어로 가장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지원했더니 남편이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공군 공정통제사(CCT) 박모 준위는 “일본 여학생이 서울공항에서 내릴 때 유창한 한국말로 ‘외국인인 저희를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더욱 뿌듯했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폭발음이 들리는 현지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었다. 조종석에선 착륙 5분 전 착륙 방향으로 날아오는 로켓포를 아이언돔이 요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활주로에 내려 안도하던 순간 다시 폭발음이 시작됐다.

지난 4월 수단 교민 탈출작전(프라미스 작전)에도 참여한 안 대령은 “로켓포가 주변에 떨어졌을 때를 가정하고 어떻게 작전을 펼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임용순 제5공중기동비행단 정비반장(준위)은 “화물을 포장하던 중 폭발음에 정신을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장병들은 KC-330이 로켓포의 사정거리 이상 고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안 대령은 “요원들이 한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가며 임무를 수행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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