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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G뒤 강제북송 '쇼크'…외교부 '탈북민 전담팀' 개편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중국에서 탈북민이 대거 북송된 가운데 외교부가 해외 체류 중인 탈북민의 한국 행을 지원하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산하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는 해당 팀의 역할 확대 및 명칭 변경 혹은별도의 정식 조직 발족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현판. 뉴스1

외교부 현판. 뉴스1

"팀 존속, 12월 31일까지"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은 외교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평화외교기획단 산하에 있다. 2013년 5월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되는 사태가 발생한 뒤 같은해 8월 신설됐다. 외교부에 분산돼 있던 탈북민 지원 업무를 일원화한 전담 팀 성격이었다.

임시 조직인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은 그간 존속 기간을 3년 단위로 연장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2020년 시행된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팀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하되 사업 추진 상황 등을 감안해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팀의 활동을 오는 12월 31일 자로 종료하고 탈북민 지원 업무를 하는 새로운 조직을 발족하거나 명칭 변경 혹은 역할 확대를 검토할 수 있는 시점인 셈이다.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동포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뉴스1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동포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뉴스1

최근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탈북민 대거 강제북송에 나서면서 이를 막지 못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도 조직 개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의 기능은 탈북민 관련 업무 추진 전략 및 정책 방향 수립, 탈북민 보호·이송 관련 관계국 및 국제기구와의 협조 추진, 탈북민 보호·이송 관련 국내기관 및 부처 간 협의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강제 북송 사태 또한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 소관으로, 실제 송환을 막지 못한 데다 상당 기간 정확한 정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지난 13일 주중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선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통일부뿐만 아니라 외교부와 주중 대사관도 유감 표명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교부는 (탈북민의 한국행 관련) 제보가 들어오는 것만 (협조를) 요구한다"(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외교부를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정재호 주중대사가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모호한 명칭…조직도서도 숨겨 

그간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의 명칭에 대해서도 '북한이탈주민', 즉 '탈북민'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명시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두고 외교부가 탈북민 문제를 껄끄러워하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영문 조직도에는 국문 조직도와 달리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만 빠져 있다. 탈북민 지원 기능을 대외에 알리는 것을 외교부가 꺼린 결과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문 조직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산하 북핵외교기획단(북핵협상과, 북핵정책과), 평화외교기획단(평화체제과, 대북정책협력과,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이 나와있지만, 영문 조직도에는 이중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만 빠져있다.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17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문 조직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산하 북핵외교기획단(북핵협상과, 북핵정책과), 평화외교기획단(평화체제과, 대북정책협력과,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이 나와있지만, 영문 조직도에는 이중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만 빠져있다.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의 개편 가능성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는 해외 체류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교섭 기능 공고히 해야"

실제 외교가에선 외교부의 탈북민 지원 기능이 활성화되려면 조직부터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에서 약 20년 간 근무하다 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는 "탈북민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선 중국, 동남아, 중동, 유럽 등 탈북민이 거쳐가는 국가와의 외교적 교섭이 가장 중요하다"며 "상대국이 북한과도 외교 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조율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내에도 탈북민의 한국 행을 지원하는 기능을 고착화해서 조직으로서의 기본 모양새를 완벽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라오스 탈북민 강제 북송 사태가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 신설의 계기가 된 것처럼 이번 강제 북송 사태를 해외 탈북민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야아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외교부는 탈북민 지원 업무가 외교부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있다는 식의 수동성에서 탈피하고, 국제사회에도 한국 외교부가 탈북민의 한국 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의 간판을 바꿔 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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