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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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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하버드 경제학과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인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골딘 교수가 “여성의 노동 시장 진입에 따른 결과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켰다”고 평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결과’에는 여성의 대학 진학과 커리어 등 노동과 관련된 폭넓은 주제가 포함되나, 이를 단적으로 축약해 말하면 성별 임금 격차다.

한국은 잘 알려진 대로 27년째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2021년 기준으로 31.1% 차이가 난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9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는 뜻이다. OECD 평균인 12%에 비해 매우 높다. 동일 업종과 동일 직무로 변수를 통제해도 여전히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최상위권에 속한다. 경력 단절로 인해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여성이 몰리는 현실과 같은 일을 해도 돈을 적게 받는 현실이 합쳐져 큰 임금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골딘 교수는 『커리어 그리고 가정』(2021)에 이렇게 쓴다. “소득 격차는 더 큰 문제의 증상일 뿐이다. 남녀 간 소득 격차는 커리어 격차의 결과이고, 커리어 격차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 데서 비롯된다. (…) 오늘날 노동과 돌봄의 구조는 남성만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가질 수 있었던 과거의 유물이다. 우리의 경제 전체가 낡은 작동 양식 때문에 덫에 묶여 있고 의무를 분담하는 고릿적의 방식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

장시간 높은 밀도로 일하되 큰 보수를 주는 일에 남성이 머무르게 되고, 여성은 가사를 병행하기 위해 보수가 적은 일자리를 선택하게 된다는 골딘 교수의 분석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높은 생산성과 출생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적어도 30대인 내 친구들을 둘러보건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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