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눈앞 김동률의 ‘취중진담’…6만명이 함께 취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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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년 만에 열린 가수 김동률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 오케스트라, 밴드, 코러스 등 60명이 넘는 출연진이 함께 했다.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4년 만에 열린 가수 김동률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 오케스트라, 밴드, 코러스 등 60명이 넘는 출연진이 함께 했다.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취중진담’을 어린 시절처럼 짱짱하게 부르는 것이 좀 그래요. 그땐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나이 드니 술 먹고 전화하면 오히려 안 된다는 걸 알잖아요.”

농담처럼 관객들에 건넨 말에 가수 김동률(49)의 음악에 대한 태도가 녹아 있었다. “어덜트(성인) 버전의 ‘취중진담’”이라고 소개한 무대는 탱고 버전의 편곡을 통해 중후한 느낌으로 꾸며졌다. 1996년 MBC 대학가요제 무대 위 22살 앳된 김동률의 ‘취중진담’과 전혀 달랐다.

그는 “20대에 접한 노래는 당시 감성, 추억, 사람, 모든 것이 농축돼 있어 너무 특별하다. 어려서 히트시켰던 노래를 넘어서는 것이 참 어려운 숙제”라고 털어놨다. “어느 순간, 다 내려놓고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을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면서다.

4년 만에 열린 김동률의 콘서트 ‘멜로디’가 지난 7∼15일 서울 올림픽공원 KPSO돔(체조경기장)에서 6회에 걸쳐 열렸다. 총 6만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15일 마지막 무대에 오른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연을 못 하게 되니, 4년이 길게 느껴지고 애틋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공연 목록을 짤 때) 보통 제가 많이 불러서 지겨운 곡들, 히트곡들은 넣지 않는데, 이번엔 유독 그 곡들이 반갑고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라”면서 “이번 공연은 역대급 대중적인 플레이리스트로, 김동률 하면 떠오르는 공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부터 ‘아이처럼’ ‘그게 나야’ ‘기억의 습작’ 등 히트곡들이 약 3시간 동안 쏟아진 이유다.

녹슬지 않은 김동률의 중저음에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연주가 더해져 곡마다 밀도 있는 무대가 완성됐다. 현악, 금관, 목관, 팀파니, 하프 등 23명의 연주자로 이뤄진 오케스트라는 김동률 노래의 서정성을 극대화했고, 8명의 멤버로 구성된 코러스팀은 무대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 곡들도 있었다. 2001년 발매된 정규 3집의 수록곡 ‘망각’은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의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그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아) 빛을 못 보는 곡들이 있다. 저에겐 아픈 손가락 같은 곡들이라 공연마다 ‘우리 애들 이렇게 예쁘다’하고 보여드린다”며 노래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황금가면’을 부를 땐, 이례적으로 댄서 18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 엔딩곡 ‘기억의 습작’은 단연 공연의 절정이었다. 1994년 그가 이끌었던 듀오 ‘전람회’의 정규 1집 타이틀곡으로, 작사·작곡 모두 그가 맡았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면서 또 다시 인기를 누렸다.

콘서트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김동률은 “(대중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데뷔 30주년을 앞둔 그는 “항상 불안해하고, 그 불안함을 원동력 삼아 노력하겠다. 언젠가는 이 큰 공연장을 다 채우지 못할 날이 분명 오겠지만, 노력으로 그 날을 조금씩 뒤로 미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피아니스트 정동환(멜로망스)과 함께 작업한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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