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1000명 증원에 대입 흔들 "SKY급 하나 생기는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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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주 발표할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어 의대 정원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조율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내주 발표할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어 의대 정원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조율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대학 입시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재수생이 늘어나고 이공계 학생이 중도 이탈해 의대 입시로 빠지는 등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입시업계 “SKY급 학교 하나 더 생기는 꼴” 

전국 40개 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2024학년도 입학 정원은 3058명(정원 내 기준)이다. 2006년 이후 17년간 동결됐다. 정년이 없으면서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의사 직업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원은 늘지 않으면서 의대 입시는 점점 과열 양상을 띠게 됐다.

예를 들어 올해 수시모집에서 인하대 의예과 논술전형은 8명 모집에 5286명이 지원해 660.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든 수시 전형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입시 업계에서는 일부 의대의 입학 성적이 이른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로 불리는 최상위권 대학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런 가운데 기존 의대 정원의 30%에 달하는 1000명을 늘릴 경우, 의대에 도전하려는 재수생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는 특히 재수생의 비율이 높다. 최근 4년간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N수생(재수 이상)' 비율은 77.5%에 달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000명 이상을 증원하면 SKY급의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라며 “최근 의대 정시 경쟁률이 6~7대1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대 지망생은 증원 규모보다 6~7배 많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기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인문계열 정원은 1100명~1900명, 자연계열 정원은 1700~2100명이다.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이번 의대 증원을 적용받는 고2의 경우 문과생 중에서도 남은 1년 간 수능 수학 미적분을 공부해 의대로 지원하려는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학과 생기면 좋지만…이공계 인재 유출 우려도

서을의 한 병원 앞.뉴스1

서을의 한 병원 앞.뉴스1

대학가에서는 인기 학과인 의대 증원을 반기면서도 이공계열 이탈 현상을 우려했다. 의대가 있는 한 지방 사립대학 총장은 “의약 분업을 하면서 내놓은 인원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돌려줘야 한다. 또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지방 의대에는 정원을 더 주든지 의무 복무 기간을 지정하는 등의 메리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연·이공계열에서는 학생들의 이탈을 우려했다. 서울대 자연계열의 한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가 의대 배출 1위라고 자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다니다 중도 이탈한 학생은 2131명으로 전년대비 160명 늘어났다. 이공계특성화대(KAIST·포스텍·지스트·DGIST·UNIST·한국에너지공대)의 중도 이탈 학생도 2021년 269명에서 지난해 338명으로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의대나 약대 등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이공계 인력의 삶의 질이 높아지거나 경제적 보상이 커지지 않는 이상 의대 정원 확충은 지금의 쏠림 현상을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대 정원을 지방대 위주로 배분하면 예상보다 의대 쏠림 현상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중 서울, 경기 정원은 946명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방 의대에 증원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지역인재전형으로 출신 중·고교를 제한하거나 의무 복무 기간 등을 두면 수도권 수험생에겐 이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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