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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응징 ‘핏빛 액션’…연인 전종서와 통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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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 ‘발레리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지만, 필름 느낌의 화면 질감을 살렸다.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사진)가 다시 뭉쳤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지만, 필름 느낌의 화면 질감을 살렸다.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사진)가 다시 뭉쳤다. [사진 넷플릭스]

“남성들의 설교를 다 들어주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는 ‘옥주’라는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성범죄자를 처절하게 응징하는 액션 영화 ‘발레리나’를 넷플릭스 전 세계 영화 순위 2위에 올려놓은 이충현(33) 감독의 말이다. 장편 데뷔작 ‘콜’(2021)로 연인 사이가 된 배우 전종서(29)와 찍은 두 번째 장편이다.

5일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했고,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출시해 사흘 만에 62개국 톱10에 올랐다. 버닝썬 게이트·N번방 사건 등을 연상시키는 소재와 총격 액션·맨몸 격투로 남성 폭력배를 쓰러뜨리는 전종서의 살상 무술이 눈길을 끈다.

이충현

이충현

불법 성 착취 영상물에 희생된 발레리나 민희(박유림)와 그를 위해 복수에 나선 경호원 출신 주인공 옥주(전종서) 등 인물의 행동 동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액션 볼거리를 선호하는 장르 팬이 적지 않다. 네온 빛의 독특한 화면 질감, 이민자들이 드나드는 수퍼마켓, 화염방사기를 쏘는 노인(김영옥) 등 이국적 풍경도 눈에 띈다. 해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는 ‘한국의 킬 빌’ ‘여자판 존 윅’ 등 할리우드 영화에 견줬다.

1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 감독은 “국내 시청자를 의식하고 만들었는데,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리고, 해외에선 재밌게 보는 게 신기하다”며 “때려 부수는 쾌감에 포인트를 줬다. 또 유튜브·쇼트폼에 익숙한 요즘, 영화도 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레리나’의 상영시간은 93분이다.

‘포스트 봉준호·박찬욱’을 찾는 요즘 영화계에서 그는 동명 시리즈로 확장돼 히트한 단편 ‘몸 값’(2015) 때부터 주목받았다. ‘몸 값’은 모텔방에서 여고생(이주영)과 흥정을 벌이던 아저씨(박형수)의 최후를 그렸다. ‘발레리나’에는 여성에게 몰래 약을 먹여 동영상을 찍는 성범죄자 최프로(김지훈)가 나온다.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최프로는 사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지질한 신세다. 이 감독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그루밍하고 왕처럼 굴면서 부리는 이런 인물들이 생각보다 볼품없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여동생만 둘이거든요.”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발레리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지만, 필름 느낌의 화면 질감을 살렸다.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사진)가 다시 뭉쳤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지만, 필름 느낌의 화면 질감을 살렸다. 이충현 감독과 배우 전종서(사진)가 다시 뭉쳤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와 두 작품째다.
“‘콜’ 이후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 여러 (성범죄) 사건이 있었다. 영화에 통쾌함을 담고 싶었고, 표현 수위, 내용에 대해 자유롭길 원해 바로 넷플릭스를 떠올렸다.”
전종서를 거듭 캐스팅했는데.
“제가 아는 전종서는 일단 꽂히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뒤를 계산하지 않고, 타 죽더라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다. ‘발레리나’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영감을 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좋은 부분이 많다.”
옥주가 친구 민희를 위해 복수에 나선 계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데.
“끝까지 고민했다. 민희가 겪은 범죄 피해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지금이랑 영화의 결이 달랐을 거다. 많은 사람이 이미 아는 사건도 있고 해서 영화에서 파고들면 더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영화 ‘발레리나’. [사진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사진 넷플릭스]

영화는 최근 젊은 세대에 각광받는 레트로풍 모양새다.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등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1990년대 청춘 영화 분위기다. 광각·망원렌즈를 과감하게 쓰고, 조명·색 보정도 필름 질감을 살렸다. 이 감독은 “왕자웨이 감독을 좋아해서 무의식적으로 영향받은 것 같다”며 “옛날 영화가 개성이나 색깔이 더 있는 것 같다. 지금 나오기 어려운 그런 독특한 감성에 끌린다”고 했다. 힙합 뮤지션 그레이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전종서는 이 감독 단편을 지진 재난물로 확장한 티빙 드라마 ‘몸값’의 주인공도 맡았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국내 방영 후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를 통해 북미와 유럽의 27개국에서 공개돼 12일 파라마운트+ TV쇼 순위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에 올랐다. ‘발레리나’와 드라마 ‘몸값’은 ‘D.P.’ ‘지옥’ 등을 만든 SLL 계열 제작사 클라이맥스 작품이다.

이 감독은 ‘몸값’ 원작 단편의 판권을 판 뒤에는 손을 뗐다. 그는 “연출 제안도 받았지만, 내가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연출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준비 중인 건 SF 장르인데, 어려운 한국 SF 시장도 언젠가 뚫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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