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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9분 기립박수 터졌다…'오펜하이머' 쫓는 오스카 다크호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왼쪽부터)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영화 '디스 보이스 라이프'(1993) 이후 30년만에 재회했다. 디캐프리오는 당시 첫 영화에서 그를 학대하는 양아버지 역을 연기한 드 니로와 관계를 발전시킨 버전으로 다시 만난 듯하다고 회상했다. 사진 애플TV+,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왼쪽부터)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영화 '디스 보이스 라이프'(1993) 이후 30년만에 재회했다. 디캐프리오는 당시 첫 영화에서 그를 학대하는 양아버지 역을 연기한 드 니로와 관계를 발전시킨 버전으로 다시 만난 듯하다고 회상했다. 사진 애플TV+, 롯데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노장 마틴 스코세이지(81) 감독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19일 개봉)이 내년도 오스카상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현지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든더비’엔 이 영화가 “두 자릿수 오스카상 후보 유력”이란 기사까지 나왔다. 전통적으로 실화 영화 강세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원폭의 아버지’를 다룬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와 양강구도를 이룰 거로 보인다.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남우주연‧남우조연‧감독‧각색‧촬영상 등 주요부문 후보 예측 1‧2위를 다툰다. 투자‧제작을 맡은 애플TV+가 지난해 농인 가족의 음악영화 ‘코다’로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최초 오스카 작품상 쾌거에 이어 내년 3월 열릴 시상식에서 두 번째 트로피를 노린다.

스코세이지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애플TV+ 제작, 19일 극장 개봉

원주민 학살·원폭 아버지…오스카상 주인은

할리우드 노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플라워 킬링 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할리우드 노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플라워 킬링 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플라워 킬링 문’은 ‘검은 황금’ 석유가 솟아난 1920년대 미국 중남부 소도시에서 1인당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오세이지족 원주민들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연쇄 살해당한 실화를 쫓았다. 처제‧동서‧장모 등 일가족이 특이질환, 의심스러운 폭발‧총상으로 줄줄이 죽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수십명의 죽음에도 제대로 수사가 안 됐던 이 사건은 당시 J. 에드거 후버가 초석을 다지던 미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하며 악랄한 범죄 진상이 드러난다.
드라마 ‘파친코’(2022)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소개한 애플TV+가 할리우드 최대 규모 제작비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해 “원주민 부족사회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던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마틴 스코세이지)를 펼치는 데 일조했다.

'파친코' 애플TV 2700억원 대작 "지극히 미국적"

미국 작가 데이비드 그랜의 원작 논픽션은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플라워 문: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이다. 2017년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에 오른 이 책이 아직 원고 단계일 때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소개한 게 제작을 겸한 주연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잇는 두 사람의 6번째 협업이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실제 오세이지족 원주민 후예들이 자문 및 촬영을 도왔다. 극중 오세이지족 원주민 '몰리'(왼쪽 두번째) 역의 주연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도 미국 원주민 출신 배우다. 사진 애플TV+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실제 오세이지족 원주민 후예들이 자문 및 촬영을 도왔다. 극중 오세이지족 원주민 '몰리'(왼쪽 두번째) 역의 주연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도 미국 원주민 출신 배우다. 사진 애플TV+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고 오클라호마에 흘러들어 오세이지족 ‘몰리’와 사랑에 빠지는 ‘어니스트 버크하트’가 그의 역할. 아내와 세 아이를 아끼지만, 수완가 삼촌 윌리엄 헤일에게 휘둘려 자가당착에 빠지는 우둔한 사내다. 디캐프리오는 전작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2021)의 예민한 천문학과 교수와 딴판의 연기 변신을 했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1921년 털사 인종 학살과 비교해 “이 사건은 좀 더 교묘하고 장기적”이라 짚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50년 지기 페르소나 로버트 드 니로(‘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등)가 헤일 역을 맡았고, ‘포레스트 검프’(1994)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에릭 로스도 합류했다.
실화를 읽고 “한쪽에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감정선이, 다른 한쪽에는 착취와 살인이 공존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는 스코세이지 감독은 공동 각본에 참여해 50여년간 간직했던 또 다른 원주민에 대해 '개인감정'까지 담아냈다. 미군이 원주민을 대학살한 사우스다코타 원주민 보호구역에 1974년 며칠간 머무를 당시 느꼈던 당시 원주민들의 고통, “한 줄기 햇살 같았던” 원주민 시인의 가르침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지금도 유효한 인종차별을 다룬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에 미국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담았다.

칸영화제 9분 기립박수…오세이지족 위령 제물

지난 9월 27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플라워 킬링 문' 시사회에는 영화에 등장한 미국 오세이지족의 후손들도 참여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플라워 킬링 문' 시사회에는 영화에 등장한 미국 오세이지족의 후손들도 참여했다. AFP=연합뉴스

스코세이지 감독은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디테일이 정확한 게 중요했다”고 밝혔다. 2019년 전통 식사를 함께 나누며 인사를 튼 100명 이상의 오세이지족 사람들이 영화 자문‧출연에 도움을 줬다. 몰리 역의 릴리 글래드스톤은 오세이지족은 아니지만, 원주민 출신 배우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 촬영을 백인들의 100년 공포정치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일종의 위령제로 삼은 듯하다. 영화를 두고 “오세이지족들이 보고 느끼고 일종의 제물처럼 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 편의 영화지만, 그들이 겪은 모든 공포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고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안을 얻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영화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최초 상영 때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애플TV+ 오리지널 영화지만, 극장에서 개봉한다. 애플TV+ 한국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 몰리(왼쪽부터)와 어니스트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나가던 장면이다. 이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끔찍한 비극을 겪게 된다. 사진 애플TV+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 몰리(왼쪽부터)와 어니스트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나가던 장면이다. 이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끔찍한 비극을 겪게 된다. 사진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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