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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과감하게 군용기 띄웠다…220명 구한 韓, 日도 "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민 163명(장기 체류자 81명, 단기 여행객 82명)을 안전하게 국내로 데려올 수 있었던 데는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군수송기(KC-330)를 띄우는 과감하고 기민한 결정이 주효했다.

정부가 이스라엘에 군 수송기를 파견해 한국인 163명의 귀국을 지원했다. 13일 KC-330 군 수송기가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에서 이스라엘 교민 수송 긴급임무 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정부가 이스라엘에 군 수송기를 파견해 한국인 163명의 귀국을 지원했다. 13일 KC-330 군 수송기가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에서 이스라엘 교민 수송 긴급임무 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15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가 이스라엘에 있는 국민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군수송기와 신속대응팀 투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건 지난 13일이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부터 정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민에게 다각적으로 귀국 경로를 안내해왔지만, 무력 분쟁이 격화하며 갈수록 안전한 귀국 수단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14일 저녁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이스라엘 재외국민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14일 저녁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이스라엘 재외국민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곧바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전쟁 지역에 군용기를 들여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부가 이번 수송을 사실상의 구출작전처럼 인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이 임박한 징후가 관찰된 상황에서 대한항공을 비롯해 국내 항공사들의 취항이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우리 국민의 귀국 지원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군수송기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차관 직접 맞이…“국가가 비행기 보내다니” 

KC-330은 지난 13일 늦은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곧이어 14일 이른 새벽 한국민 163명을 태우고 출발해 14일 오후 10시45분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내렸다. 무사히 귀국한 국민을 맞이하기 위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직접 공항에 나가기도 했다.

14일 밤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스라엘 교민들이 KC-330(시그너스) 군 수송기에서 내린 뒤 마중나온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14일 밤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스라엘 교민들이 KC-330(시그너스) 군 수송기에서 내린 뒤 마중나온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외교부에 따르면 군수송기에 탑승한 이들은 신속대응팀에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한 국민은 “국가가 비행기를 보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탑승한 국민 중에는 반려견을 현지에 두고 올 수 없어 난감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를 위해 외교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협조해 검역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에 해당 국민은 반려견과 함께 탑승할 수 있었고 “가족과도 같은 반려견과 무사히 함께 귀국할 수 있게 조치해줘 고맙다”며 각별히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163명이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를 타고 14일 안전하게 귀국했다. 반려견과 동행해야 하는 한 국민을 위해 정부는 검역 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했고, 반려견도 함께 탑승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163명이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를 타고 14일 안전하게 귀국했다. 반려견과 동행해야 하는 한 국민을 위해 정부는 검역 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했고, 반려견도 함께 탑승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정부는 군수송기가 늦은 밤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 서울공항으로 도착하는 점을 고려해 서울역, 양재역과 수서를 오가는 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귀국 국민과 마중나오는 가족들을 위한 편의 제공 차원이었다. 또 급히 귀국하느라 숙소를 미처 구하지 못한 국민을 위해 서울 모처에 자비로 숙소를 예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수송한 인원 중에는 일본 국민 51명과 싱가포르 국민 6명도 포함됐다. 정부 당국자는 “가용 좌석이 230여석 정도 되는데, 귀국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이 모두 탑승하고도 자리가 남으면 인도적 차원에서 제3국 인접국 국민에 대한 영사 지원도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잔여 좌석이 확보되자 정부는 먼저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 자국민 수송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日, 수차례 사의 “향후 일본도 협조할 것” 

이에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이스라엘 일본 대사가 각기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는 뜻도 전해왔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에 더해 가미카와 외상은 15일 오전에는 직접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해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도 적극 협조하겠다.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며 직접 사의를 표했다. 20분 동안 이뤄진 통화에서 양 측은 “세계 어디서든 양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하자”고 뜻을 함께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오전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과 통화하고 있다. 가미카와 외상은 정부가 14일 군 수송기를 투입해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송환하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 51명도 함께 탑승할 수 있게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사진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오전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과 통화하고 있다. 가미카와 외상은 정부가 14일 군 수송기를 투입해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송환하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 51명도 함께 탑승할 수 있게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사진 외교부

한편 이번에 한국민 철수에 투입된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은 ‘시그너스(백조자리)’로도 불린다. 300여명의 인원과 화물 47t 가량을 한번에 수송할 수 있는 데다 항속거리가 1만 5000㎞나 돼 전 세계 어디에서도 국내 철수 작전이 가능하다.

2018~2019년 도입 당시 한국에 공중급유수송기가 필요 없다는 반대가 나와 재외국민 수송도 염두에 둔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도입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최근 들어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8월에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특별기여자와 가족 등 390여명을 구출하는 ‘미라클 작전’을 수행했고, 지난 7월에는 6ㆍ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미국에 임시 안치돼 있던 국군 전사자 유해 7위를 조국으로 모시는 데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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