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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세차례 독대한다…尹 극찬, 주목받는 김한길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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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종로구 인근 식당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3월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종로구 인근 식당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변가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두세시간씩 편안히 대화하는 정치인이 있다. 대화 주제도 정치적 현안부터 정책과 사소한 음식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바로 윤 대통령과 한 달에 두세차례 만난다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위원장 얘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독대 횟수로만 따진다면 요즘 김 위원장보다 윤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두고 여권에서 김한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여당 의원의 티타임 요청도 늘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 김 위원장이 대부분 정중히 거절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13년 10월 21일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모습. 중앙포토

2013년 10월 21일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모습. 중앙포토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인연은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검찰 국정원 댓글수사팀을 이끌던 윤 대통령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나온 자리였다. 민주당 대표였던 김 위원장은 국회 법사위원이 아님에도, 국감장을 찾아 윤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봤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사팀 신분보호’를 요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겐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했다고 알려져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관계를 맺어왔다.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최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8월말 대통령실에서 열린 ‘통합위 1주년 성과보고회’ 때였다.

윤석열 대통령,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살위기 극복 ▶자립준비청년 지원 ▶민생사기 근절 방안 등 지난 1년간의 통합위 성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들에게 “(성과 보고서를) 책상과 승용차에 놔두고 반드시 참고하라”고 지시했다. 나흘 뒤 국무회의에선 “통합위의 제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라”는 내용의 자필 서한을 배포했다. 김 위원장에겐 이후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장관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관계가 주목받는 건, 지금 야당의 뿌리를 둔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의 작사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으로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다선 의원을 역임하며 정당 대표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및 문화관광부 장관 등 당·정·청에서 국정의 주요 분야를 경험했다.

지난 2017년 4월 19대 대선에서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017년 4월 19대 대선에서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선거를 앞두고 탈당과 창당을 주도해 ‘창당 전문가’ 혹은 ‘정당 브레이커’란 별명도 얻었다. 2014년 민주당 대표 당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었던 새정치연합과 합당을 주도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 것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과 탈당해 국민의당의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킨 것도 김 위원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한길과 정계 개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라며 “그의 뿌리가 야당에 있어, 여당에선 긴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계 개편’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평 변호사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하며 “김한길 전 대표가 (탈당 등 정계 개편에서) 역량을 발휘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정계 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정계 개편 주장은 억측”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8월 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사회갈등 치유와 국민통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 및 지역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8월 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사회갈등 치유와 국민통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 및 지역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경고등이 켜진 여권에선 김 위원장의 역할을 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종종 김 위원장에게 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권유한다고 한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지난 8월 연찬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김 위원장에게 강연을 요청했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독대하며 직언을 할 수 있는 참모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김 위원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은 수도권과 중도층 등 우리 당의 취약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선거에 대한 상상력도 풍부하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야당 출신이기에 여당에 ‘김한길의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한계로 꼽힌다. 김 위원장 주변 인사로는 임재훈·최명길 전 의원 정도가 거론된다. 모두 현재의 국민의힘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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