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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美 금리 인상 거의 끝나가”...시장은 내년 하반기 인하 전망

중앙일보

입력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2일(현지시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정책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2일(현지시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정책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서다.

이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회의 대담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고 주요국 통화정책이 지난해보다 덜 동조화(同調化)할 것 같다”며 “미국이 통화정책을 예상대로 유지한다면 환율에 대한 우려가 좀 적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다만 고물가 추세를 우려했다. 그는 “국제 유가는 한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위협 요소”라며 “공급 문제로 유가가 상승한 거라면 괜찮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결론 내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향후 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선 글로벌 중립금리가 중요해질 거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인구 고령화로 잠재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고, 중립금리는 내려갈 수 있다”며 “글로벌 중립금리가 우리 중립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보다 실제 금리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물가 하락과 함께 경기가 위축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중립금리가 내려가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리의 언급이 주목받는 건 19일 한은 금통위를 앞두고 있어서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인 데다 미국의 소비·고용 등 경제 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내년 금리 인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초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하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금리 동결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긴축 고삐가 느슨해지고 국내 물가도 안정되면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월 금통위 결과를 ‘매파적(긴축 선호) 동결’로 예상하는 이유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발(發)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진 만큼 추가 긴축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금리 동결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대외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라는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다가,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화하는 하반기 중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전환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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