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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긴축…고금리 공포 잦아들자 이‧팔 충돌에도 시장 안정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에 따른 공포보다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거리를 둔 ‘비둘기파(통화 완화)’ 메시지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74포인트(1.21%) 오른 2479.8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37포인트(2.25%) 오른 835.49에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0.2원 오른 1338.5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74포인트(1.21%) 오른 2479.8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37포인트(2.25%) 오른 835.49에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0.2원 오른 1338.5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전만 해도 크게 흔들리던 국내 금융시장은 이스라엘에서 들려온 전쟁 소식 이후 되려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74포인트(1.21%) 오른 2479.8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종가는 전날보다 18.37포인트(2.25%) 뛴 835.49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이틀 연속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0.2원 오른 1338.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환율 하락).

미국 다우존스·나스닥·S&P500 지수도 최근 전쟁과 무관하게 상승세를 타다 12일(현지시간) 예상치를 뛰어넘은 소비자물가지수(CPI) 탓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중동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이 미약한 모양새다. 고금리 우려가 잦아들면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달러도 약세를 보인 게 한국 금융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쟁 이전에 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시장을 덮었다. 지난달 Fed 인사들은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연 5%를 웃도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을 잇달아 내놨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4.8%를 찍어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는 등 시장이 ‘발작’ 했다. 한국 금융시장에선 지난 4일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하고 원화와 채권값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군인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군인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전쟁 이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메시지가 나오며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 정책금리 수준은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긴축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경기 부진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도 나왔다. Fed 2인자인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은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경제에 잠재적인 추가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4.6%대로 떨어지며 오름세가 꺾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외에 추가 확전이 이어지지 않으며 유가도 하락한 것도 미국 국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스라엘 전쟁 장기화 및 확전 가능성이 여전해서다. 한국은행 런던사무소는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및 가스 가격 상승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금리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비상 경제 차관회의 겸 경제 형벌 규정 개선 TF 3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비상 경제 차관회의 겸 경제 형벌 규정 개선 TF 3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전쟁의) 향후 전개를 낙관할 수 없으며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며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해 필요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을 짓누른 전반적인 고금리 현상은 내년에야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 1.3%, 내년 2.1%로 예상하며 “시장금리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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